나의 여덟 번째 여행이 시작되다. 모스크바로=3=3
2009.07.27(월)
이른 아침, 러시아와 북유럽으로의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첫번째 여행 이후로 줄곧 내 여행의 로망이었던 러시아로의 여행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토록 고대했던 여행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은 이상하리만치 얼어 있어 도무지 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번 여행을 허락 받기 위해 너무나 힘든 과정을 겪은 탓이리라.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이리도 지쳐버렸으니 이번 여행을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더구나 이번엔 동행도 없이 홀로 참여한 여행,
생각해 보니 지난 일곱번의 여행에서 동행이 없었던 여행은 단 한 번뿐이었다.
이래저래 걱정도 많은 여행,
제발 후회되지 않는 여행이 되어야 할텐데...
일찍 나선다고 나섰는데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가 차가 꽉 막혀 거북이 걸음보다도 느린 속도로 버스가 움직이고 있다.
시작부터 꼬인다는 느낌이다.
'이번에 어찌하여 모든게 이리도 수월치 않은거냐구.'
다행이 약속 시간보다 5분 정도 밖에 늦지 않았지만 기분은 여전히 별로다. 늘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평
소 같으면 공항 입구부터 사진을 찍어댔을 텐데 이번엔 사진 찍을 맛도 나지 않아 사진도 거의 없다.
이번에 이용한 러시아 항공에서 준 기내식들.
두 번째 기내식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첫 번째 먹은 기내식은 삶은 야채 때문에 속이 몹시 울렁거려 힘들었다. 2년 전 동유럽
여행 때 청경채 삶은 것을 먹고 체하는 바람에 여행내내 거의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콜라를
달고 다녀야 했던 기억 때문이다. 20일도 안되는 기간동안 아마도 몇년동안 마셨을 콜라를 마셔댔던 듯.
이번에도 역시 나는 울렁대는 속을 달래기 위해 콜라를 선택했다.평소엔 거의 마시지 않는 음료이건만 이러한 이유로 여행만
시작되면 나는 콜라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다.
비행기 안에서 시간을 가장 빨리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잠을 자는게 최고인데 나는 아직까지 여행지로 가는 비행기에서 잠을 자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선 누적된 피로와 느슨해진 긴장감으로 잠깐 잠깐 졸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첫번째 여행 이후론 비행기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늘 궁리하게 되었는데 책만으론 보통 열시간 이상되는 비행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워 일년 전 여행 때부턴 PMP를 가지고 다니고 있다. 예습 삼아 여행지에 관련된 동영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보다 시간 훨씬 잘 간다.
러시아로 향하고 있음을 실감나게 하는 것들
비행기가 모스크바의 세레메티예보2(?) 공항에 착륙했다.
12시 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서 모스크바 공항에 착륙한 시각이 4시 50분, 5시간의 시차를 계산하면 9시간만에 비행기
에서 내린 것이다. 지금까지의 유럽 여행 땐 늘 늦은 저녁이나 한 밤 중에 도착했었는데 대낮처럼 환한 시간에 여행지에 도착
하고보니 웬지 이상하게 여겨진다.
'이렇게 이른 시각부터 호텔로 가는 건 이상하잖아.'
하지만 이런 생각이 괜한 생각이었음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사회주의 시절의 잔재 때문에 이들이 서비스 정신도 부족하고 업무처리에 있어서도 체계가 없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공항을
빠져 나오는데 1시간 반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해도해도 너무한 그들이다. 여권 검사를 하는 줄도 몇 개 안되는데 검사하는
시간도 1인당 3분이상이 걸린다. 한참 뒤에 서서 기다릴 땐 뭔가 굉장히 꼼꼼하게 체크하는가 보다 하고 괜시리 겁먹었었는
데 알고보니 그들은 줄이 길게 늘어서 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수다를 떨며 업무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여행 가방은 이미 오래전에 나와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같은 자리를 뱅글뱅글 돌고 있을텐데... '
'이러다 가방이 없어지면 어쩌지. 분실사고도 많다던데....'
허리도 아파오고 걱정으로 속이 타 죽겠는데 그들은 전혀 바쁜 기색없이 일을 하는건지 연애를 하는건지...
아~ 정말 알밤이라도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심정이다.
학수고대하던 러시아였는데 러시아의 첫인상은 이렇게 무참히도 날 실망시키고 말았다.
'계속해서 이러진 않으리라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