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성 바실리 사원이 있는 붉은광장
2009년 7월 28일 (화)
Ranee in Moscow
-붉은 광장-
붉은 광장 입구 부근
크렘린 성당들의 황금빛 돔을 보며 한층 밝아진 마음으로 나는 나의 또 다른 설레임, 성 바실리 성당이 있는 붉은 광장으로 향한다.
'무명용사의 묘'를 지나 오른쪽으로 꺽어져 걸으니 선명한 벽돌색의 큼직한 건물이 눈에 들어 온다.
사진 속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국립역사 박물관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붉은 광장이 코 앞이란 말이지.'
Wow!
붉은 광장의 북쪽 입구, 바즈크레센스키 문
붉은 광장의 북쪽 입구인 바즈크레센스키 문 앞에 섰다. 붉은 광장엔 이 곳 말고도 입구가 더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 곳을 통과해 붉은 광장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입장료 없음, 24시간 개방)
혹시나 차를 가지고 간다면 주차장이 있는 남쪽 입구를 이용해야겠지만...
바즈크레센스키 문 쪽에서 바라본 붉은 광장
바즈크레센스키 문을 빠져나오자 사진 속에서 많이 보았던 붉은 광장의 모습이 '짠~' 하고 마치 마술처럼 내 눈 앞에 펼쳐
졌다. 사진 속에선 많이 본 모습이지만 그 실체는 마치 생전 처음 보는 것인 양 새롭기만 하다. 광장 끝의 가운데 부분엔 러
시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성 바실리 사원이 보이고 왼쪽으론 굼 백화점, 오른쪽으론 스파스카야 탑과 레닌의 묘가 보인다.
18 세기에는 시민들의 집결지이자 행렬의 무대이기도 했고 사람들을 처형하던 장소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남쪽의 성 바실리 성당 쪽에서 바라본 붉은 광장
현재 '붉은'으로 해석되는 이 광장의 명칭은 고대 러시아어로는 '아름다운', '이쁜'이라는 뜻이었기 때문에 본 의미는 '아름다운 광장'이었으나
근로자의 날(5월1일)과 사회주의 혁명 기념일(11월7일)에 붉은 색의 현수막이 국립역사박물관과 굼백화점의 벽에 걸리고 ,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던 붉은 깃발로 광장이 온통 붉은 색이 되었다는데서 붉은 광장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국립역사박물관
붉은 광장의 입구쪽에 자리한 빨간색의 아름다운 건물은 국립역사박물관이다.
1872년 알렉산더 2세에 의해 건립되어 1883년 개관한 후 잠시 폐쇄되었다가 혁명 이후
부터 다시 대중에게 개방되고 있는 박물관이다. 러시아의 고고학 자료와 제정 왕조의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붉은 광장에서 성 바실리 사원을 배경으로...
굼 백화점
레닌 묘의 맞은 편에 길게 뻗어 있는 이 건물은 모스크바 최대의 백화점인 굼백화점으로 굼(GUM)은 '국영상점'을 뜻하는
러시아어의 머리 글자를 모은 것이라 한다. 1893년에 처음 세워진 뒤 1953년 대규모의 확장 공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만
들어졌는데 냉전 시절,경쟁 관계인 서방측에 소련에도 이렇게 큰 백화점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소피아 로렌 주연의 이탈리아 영화 '해바라기'에서 소련으로 귀화한 남자 주인공이 이탈리아에 두고 온 애인(소피아 로렌)
을 만나러 가기 전 선물을 사기 위해 들르는 백화점이 바로 굼 백화점이라고.
굼백화점 내부
굼백화점 안으로 들어섰다. 백화점의 중앙에선 분수대가 물을 뿜어대고 천장은 유리로 꾸며져 있어 맑은 날이면 햇살이 쏟
아져 들어올 것 같다. 수입품 매장들로 가득차 쇼핑1번가답게 호화로운 느낌이다.
아치형 다리가 인상적인 백화점 내부에서...
휴점일은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고 매장들도 문을 연 것 같지 않은 곳이 있어 그 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차렷 자세로 찍기 싫어 점프샷을 남겼는데 지금 생각하니 점프샷 찍기에 어울리는 장소는 아니었던 듯. ^^
(살짝 뛰었는데 사진엔 꽤 높이 뛴 것처럼 보인다. 뒤쪽에 있는 남자가 '뭐하는 짓이지.'라는 눈길로 쳐다 보고 있었나 보다.)
붉은 광장 입구 쪽에서 본 굼백화점 굼백화점의 노천 카페
굼백화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일부만 대충 둘러 보고 밖으로 나오는데 무슨 다큐멘터리라도 찍는 것인지 한창 촬영 중인 사람들을
발견했다. 우리나라의 여행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 속으로'도 이런 식으로 제작이 될텐데...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방송 제작팀을 만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ㅎㅎ 얼어서 입도 떼지 못했겠지 뭐.)
레닌묘
굼백화점의 맞은편, 즉 크렘린의 남동쪽 성벽에 자리한 이 곳은 1929년 붉은색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피라미드형의 묘로 혁
명의 아버지 레닌이 잠들어 있는 묘다.1924년 1월 21일 레닌이 사망하자 크렘린 벽면에 나무로 된 묘지를 만들었다가 19
30년 지금의 모습으로 바꾼 것이라 한다. 내부엔 방부 처리된 레닌의 시신이 유리관에 안치되어 있는데 묘에는 가방이나 카
메라를 들고 들어갈 수도 없고 입장하는 줄도 따로 있는 것 같아 제한된 시간 동안에 움직여야 하는 나는 내부를 볼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다. 소련이 해체된 후 레닌의 시체를 모스크바의 심장인 붉은 광장에 안치해둘 수 없다며 땅 속에 매장하는 문
제를 놓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나 레닌을 묘를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어찌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성 바실리 사원
드디어 이 광장의 하일라이트, 모스크바 사원 건축의 상징이라는 성 바실리 사원이다.
이 곳에 와보지 않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아마 에버랜드에서 본 것일게다. ㅎㅎ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거 분명 있거든.
내가 딴 세상에 너무 무심하거나 혹은 무지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오래 전 에버랜드에서 이런 건물 모양을 처음 봤을 땐
그저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상상의 궁전이려니 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 건물이 동화가 아닌
러시아에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러시아를 향한 나의 꿈은 아마도 그 때부터 시작되었던 듯 하다.
성 바실리 사원은 200여년간 러시아를 점령하고 있던 몽골의 카잔 한(汗)을 항복시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반대제의 명령
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원래 이름은 카잔을 굴복 시킨 날이 성모수호일(보크로프)이라 보크로프스키 (보크롭스키) 사원
으로 붙여졌다가 1588년 러시아 민중에게 잘 알려진 수도사 바실리가 이곳에 기거하다 묻히면서 그의 죽음을 슬퍼한 이반
대제가 그의 이름을 따 성 바실리 사원으로 개칭했다고 한다.1555년 착공하여 1561년에 성당이 완성되자 이반대제는 이 성
당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더이상 이와 같은 건축물을 다른 나라에 짓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 사원을 설계한 포스토닉과 바
르마의 눈을 뽑아버렸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사원을 배경으로 한 명화 에는 러시아의 역사화가 '바실리 이바노비치 스리코프'의 '친위병 처형의 아침'이 있다. 표트르
대제 시대의 친위병 반란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성 바실리 사원을 배경으로 붉은 광장에 결박 당한 친위병들이 처형을 기다
리고 있는 모습과 그들의 가족들의 모습에서 절망과 고통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앞쪽과 뒤쪽에서 본 바실리 사원의 9개의 돔
이 사원은 가장 러시아적이면서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색있는 건물로 정평이 나 있는데 9개의 돔이 제각각의
색채과 무늬, 크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고 오히려 신기할 정도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정
말 인상적이었다.
미닌과 포자르스키의 동상
성 바실리 사원 앞에 있는 청동상은 1612년 모스크바를 점령했던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연합군에 대항해 의용군을 조직하여
싸웠던 두 명의 영웅을 기념하는 동상으로 이반 마르토스에 의하여 만들어진 걸작이란다.
러시아어라 전혀 읽을 수 없었던 비문의 내용은 "대러시아로부터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민 미닌과 포자르스키공에게, 1918년"
이라고 써있는 거라고.
원래는 붉은 광장의 중앙에 있었으나 1936년 붉은 광장에 레닌의 묘가 들어서면서 현재의 장소로 옮겨왔다고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성 바실리 성당 앞에 있는 조각이란 이유로 성당과의 연관성을 찾아 보기 위해 조각의 장면을 이해해 보려고
꽤나 애썼던 기억이.......ㅎㅎ
'이제라도 의문이 풀렸으니 다행이지 뭐.'
미처 못볼뻔 했던 벽면의 문양들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사원의 내부까지 보려고 사원의 문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문 안쪽에서 나타난 여인이 제지하며
가로 막아 선다. 사원의 내부는 입장료가 따로 있다는 걸 몰랐던 거다. 사원 내부의 프레스코화가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좁고
어두운데다가 벽화도 많이 낡았다고 하니 못 본 것에 대한 미련은 갖지 않기로 하고 대신 사원의 뒷 부분과 벽들을 찬찬히
훑어 보았는데 돔에만 정신이 팔려 미처 보지 못했던 세심한 아름다움이 그 곳에도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몰랐으면 좋았을 걸. 네이버 포토 갤러리에서 우연히 바실리 사원의 내부 사진을 보았다. 잘 찍은 사진이라 그랬을 수도 있
지만 상당히 멋지다.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성 바실리 사원 측면의 공사중인 이 건물도 굼백화점의 일부려나??
로보노예 메스토 성
보수공사 중인 건물 앞의 이 곳은 이반 대제가 칙령을 발표하거나 역적을 처형할 때 사용되던 연단이다. 정교회 대주교의 설
교와 축복의식도 이 곳에서 이루어졌으며, 러시아 농민 반란 지도자였던 스첸카 라진도 이 곳에서 처형되어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오늘날 시민들은 연단 주변에 동전을 던져 죽은 영혼을 위로한다고.
스파스카야 탑 (구원의 탑)
성 바실리 사원 옆의 이 탑은 크렘린의 스파스카야 탑으로 일반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문이 있는 트로이츠카야 탑(삼위일체
탑)과는 달리 대통령이나 고위 간부,외국의 주요 인사들이 입장하는 문이 있는 탑이다. (크렘린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기자
들도 이 탑을 통해 크렘린 안으로 들어 간다고.)
스파스카야 탑에는 모스크바 표준시를 알리는 대형 시계가 달려있어 15분 간격으로 2톤짜리 종을 울리는데 이 종소리를 기
준으로 라디오 PD들이 시간을 맞춘다고 한다.
'그런데 난 왜 종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지??? '
'기억을 못하는 거야. 안울린 거야.'
성 바실리 사원 뒤편, 남쪽 입구 쪽의 주차장
성 바실리 사원의 뒷 모습
이제 붉은 광장과도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너무나 보고파 했던 것이기에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으로 또 한 컷을 남겨 본다.
크렘린을 나설 땐 SAMSUNG이 배웅을 해주더니만 이번엔 LG가 배웅을 해준다.
'니네들도 만나서 반가웠어.'
스파스카야 탑과 성 바실리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