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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시역 도착. 아그라까지 가기가 왜이리 힘들어.

ⓡanee(라니) 2010. 5. 22. 13:13

 

2010년 1월17일 (일) 

 

 

아그라행 기차를 타기 위해 온 곳은 잔시역이다.

원래는 6시 출발 예정 기차였지만 기차가 연착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중간에 쉬엄쉬엄 놀아가며 오니 9시가 되었다. 아직 저녁도 못 먹은 우리들에게 산토스가 구해다 준 저녁거리는 삶은 달걀과 오렌지...

삶은 달걀은 방금 찐거라 따끈함이 남아 있어 먹을만 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먹어대고 있는 오렌지는 이제 그만 먹고 싶다.

버스에서 슬슬 내려 기차역으로 들어선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잔시역

 

 

 

잔시역 안으로 들어섰다. 사람도 바글바글한데 사람이야 많던 말던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소 한마리가 양심도 없이 마구 큰 일을 보고 있다. 평소의 인식대로라면 더럽단 생각이 먼저 들어야 맞겠지만 이 또한 인도이기에 볼 수 있는 광경이라 생각하니 더럽단 생각보단 재미있단 생각이 먼저 든다.

  

 

 

잔시역 플랫폼으로...

 

 

 

예정 출발 시각보다 4시간이나 더 지났으니 그래도 몇 시간 안에 도착하겠지 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건만 도무지 기차는 올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 때 생각난 PMP.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인도 여행에서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였던 PMP를 꺼내 인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산토스가 신기해 하며 다가선다. PMP도 신기한데 인도 영화를 보고 있으니 많이 반가웠던 모양이다.

아직까지 신분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이니 영화 배우는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하는지도 궁금하고 인도 배우들보다 산토

스가 더 잘 생겼는데  영화배우가 되어볼 생각은  안해봤는지도 궁금해서  이런 저런 질문을 던져봤는데 인도에서 영화 배우가

된다는 건 우리 나라에서 영화 배우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인 모양이다.  일단 돈이 많아야 하는데 인도 국민 대다수가

가난한 사람들이고 보니 해당 사항이 없는 듯. 

전에 본 인도영화에서 산토스와 닮은 영화 배우를 찾아 보여주었더니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듯 산토스도 수긍한다.

 

 

 

영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잘 흘러서 좋은데 문제는 몸 속으로 점점 파고드는 한기다.

더이상 가만히 앉있기가 힘들어질 무렵 우리 일행들은 이심전심으로 놀이를 만들어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우

리들이 한 놀이는 참으로 별 것도 아닌 놀이였다. 쓰레기 속에서 주운 빈 페트병을 구차는 놀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별

것도 아닌 이 놀이도 함께 하니 생각지도 못했던 재미가 있다.  어린아이들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깔깔대며 웃는 것처럼 우

리도 그 순간만은 동심으로 돌아가 하나가 되었던 모양이다. 이 놀이를 더욱 재미있게 했던 건 나의 헛발질...나의 헛발질에

사람들이 배를 움켜 잡고 웃는다. 나 홀로 여행이었다면 맛보지 못했었을 이 즐거움.......늘 나홀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이 때만큼은 나 홀로 여행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인도의 겨울 기차여행에서 필수품은 담요 또는 두꺼운 숄

 

 

 각종 오물이 난무하는 선로와 먹을 걸 찾아 선로를 헤매는 소 한마리

 

 

 

 

기차가 도착할 때마다 간절히 이 기차였음 했는데 매번 아니라니...

휴=3 

 

 

 

그 때의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

이건 완전 사진용 표정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새벽 2시가 넘어서 기차에 올랐다. 6시부터 기다렸더라면 기차역에서 꼼짝없이 8시간을 버텨야 했을텐데 4~5시간만에 탔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기차에 오르고 잠시후 식사가 제공되었다. 특급열차라서 식사가 나오는 것 같긴 한데 새벽 2시반에 이걸 어떻게 먹느냐구.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대서 간신히 아이스크림만 먹을 수 있었다. 아이구~ 아까워라 내 돈.   

 

 

 

 

잔시를 출발한지 3시간만에 아그라 에 도착했다. 잠시라도 눈을 붙였어야 하는 건데 잠 잘 시각을 넘기고 보니 잠도 오지

않아 꼬박 뜬 눈으로 지샌 밤. 오늘이 인도 여행의 하일라이트랄 수 있는 타지마할을 보러 가는 날인데 컨디션이 괜찮을라나

모르겠다.  

 

 

 

 

아그라역

 

아그라 호텔

호텔에 도착한 시각 5시 40분. 방 배정 받고 객실로 들어서면 6시...

잠시 쉬었다 세수하고 옷 갈아 입으면 다시 나와야 한다는 얘기.

'컨디션도 문제지만 호텔비 아까워서 어쩌니. 엉엉'

'인도 기차 밉다 미워.'

 

 

 

 

아그라 호텔

잠도 못자고 다시 호텔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