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8일 (화)
Ranee in Moscow
-크렘린(Kremlin)-
"모스크바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라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러시아로의 여행이 그리 어렵지 않아진 현재, 어쩌면 사람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다양한 대답들을 쏟아낼지도 모를 일이나 그래도 아직까진 '크렘린(현지어로는 크레믈린)'이라 답하는 사람들이 상당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모스크바를 찾은 여행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찾아 가는 곳이 크렘린인 것이고.... 우리라고 예외일리가 없는지라 모스크바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그리하듯 우리도 우리의 첫번째 발걸음을 모스크바의 중심, 크렘린으로 향한다.
어린 시절 철두철미하게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어느 정도 컸을 때까지도 크렘린 하면 회색빛 하늘 아래 조명도 거의 밝히지 않은 어두침침하고 거대한 건물 하나를 상상하곤 했었다. 한 번 들어가면 살아나오기 힘든 괴물의 뱃속까지 떠올리며.
(이 글을 쓰다 생각난 건데 난 아마도 KGB와 크렘린을 거의 같은 식으로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성인이 되고 여행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크렘린이 어린시절 막연하게 상상했던 그런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크렘린 앞에 서고 보니 어린시절에 상상했던 그 모습이 떠오르며 눈으로 확인한 너무나도 다른 크렘린의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이 절로 난다.
크렘린으로 들어가기 위해 쿠타퍄 탑 앞에 섰다. 하지만 내가 들고 온 2개의 카메라 중 광각렌즈를 부착한 카메라가 문제가 되어 쉽게 입장할 수가 없다. 배낭이나 큰 가방, 렌즈의 지름이 70mm가 넘는 카메라는 크렘린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결국 매표소 아래 층에 있는 짐보관소에 카메라를 맡기기로 했는데 의사소통이 잘못된건지 처음엔 카메라를 맡아줄 수 없다고 해서 진땀 빼고 거기다가 가지고 있는 돈이 유로 밖에 없어서 또 진땀 빼고...우여곡절 끝에 카메라를 맡기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체계가 없는 듯한 일처리와 서비스 정신이 부재되어 있는 이 곳 사람들의 태도가 공항에서부터 지금까지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은 사회주의 시절의 그림자가 곳곳에 남아 있는 듯하다. (어쩌면 일부만 보고 전체를 짐작하는 나의 태도에 오류가 있을지도...)
트로이츠카야 탑(삼위일체 탑)
크렘린으로 들어오기 위해 우리는 쿠타퍄 탑 아래에 있는 검색대를 통과하고 다리를 건너 트로이츠카야 탑(삼위일체 탑)을
지나왔다. 트로이츠카야탑(삼위일체탑)은 크렘린을 둘러싸고 있는 2235m의 성벽 사이사이에 있는 20개의 탑 중 가장 높은
탑으로 그 높이가 80m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는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통로로 사용되고 있지만 차르시대 전장에서 돌아온
군대와 나폴레옹의 군대가 입장한 탑이기도 하다. 17세기에는 이 탑의 지하실이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크렘린의 탑들
크렘린 성벽에는 우리가 지나온 트로이츠카야 탑(삼위일체 탑) 말고도 19개의 탑이 일정한 간격으로 더 세워져 있는데 제각각 모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특별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트로이츠카야 탑(삼위일체 탑)과 스파스카야 탑, 그리고 바로비츠카야 탑은 현재 출입구로 사용되고 있고 20개의 탑 중 2개의 탑만 제외하고는 모두 고유의 명칭을 가지고 있으며 5개의 탑 꼭대기엔 밤에 루비색으로 빛나는 별이 달려 있다는데 그 중 난 2개 밖에 보지 못한 것 같다. 게다가 낮이라 그런지 루비색도 아니더라는 거...ㅜㅜ
크렘린 대회 궁전
트로이츠카야탑(삼위일체탑)을 통과하여 오른쪽을 보면 이 곳에 있기에는 좀 생뚱맞다 싶게 생긴 현대식 건물이 하나 있다. 1961년에 완성된 건물로 현재는 국제회의나 연회, 리셉션, 콘서트 등이 열리는 크렘린 대회 궁전이라 한다. (사진 속에선 왼쪽에 있는 건물)
삼각의 대리석 장식주가 전면을 두르는 높이 29m의 장방형 건물로 레닌 상의 건축 부문을 수상할만큼 살용적으로 잘 지어진 건물이란다. 주위의 경관을 압도하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하지만 완공 이후 크렘린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는데 내가 보기에도 도무지 제자리를 찾지 못한 건물처럼 보여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하는 건물이었다.
궁전 병기고
크렘린 대회 궁전의 맞은편, 즉 트로이츠카야탑(삼위일체탑)을 통과하여 왼쪽(사진에선 오른쪽)에 있는 크고 기다란 건물은 궁전 병기고다. 귀중품이 너무 많아 일반에게 개방하지 않는 대신 나폴레옹 군대가 퇴각할 때 러시아 군대가 빼앗은 것들이라고 하는 프랑스식 대포들을 건물 앞에 전시해 놓았다.
크렘린 대회 궁전을 지나 오른쪽으로 꺽어져 들어가니 사진으로만 접했던 여러채의 성당(사원)들이 황금색 돔을 반짝거리며 예쁘게 서있다.
서유럽의 성당들과도 다르고 터키의 이슬람 사원이나 그리스 정교회와도 비슷한 듯 하면서 다른 러시아의 이 건축물들....여행을 통해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 보기를 즐겨하는 내가 러시아에 그토록 와보고 싶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당 광장
5개의 은색 돔을 가진 12사도 사원의 아치형 문을 빠져 나오면 성당광장에 들어서게 된다. 이 곳은 5세기가 넘게 러시아 황
실을 보위해 온 러시아 정교회의 상징적 공간으로 사진에는 다 보이지 않지만 스파스카야 대종탑 (이반대제 종탑), 아르항겔
스키 성당 (천사 대성당), 블라고베센스키 성당 (성 수태고지 성당), 우스펜스키 대성당 (성모승천 대성당)등이 있다.
15, 16세기에 세워진 이 성당들은 르네상스와 비잔틴 문화가 혼합되어 있으며 조금씩 다른 외관과 쓰임새로 황실 전통 계승
의 본거지로 활용됐다. (이 곳에서 차르의 대관식이나 왕족들의 결혼식, 원정길에 오르는 군대의 출정식과 사열식 등이 진행
되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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