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내 평생 처음 지진이란 걸 경험했다.
공사장 같은 곳에서나 날 법한 '쿵'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건물 전체가 좌우로 휘청거리는 느낌이었다.
무슨 일이지 하면서 순간 삼풍 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던 일이 떠올랐지만 그렇게도 겁이 많은 내가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놀람과 신기함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낯선 땅에 있으면 사람도 잠시 변질되나 보다.
분명 지진을 겪은 밤이었는데 걱정 많은 내가 다른 날보다 잠을 덜 잔 것 같진 않다.
아침이다.
시내에 있는 호텔이라 그런지 소음방지 차원으로 발코니로 통하는 문에 커텐과 함께 셔터 같은 것이 아래로 쳐져 있어 빛은 한줄기도 들어오지 않지만
시계를 보니 분명 아침이다.
혹시 지진 때문에 이 도시에 무슨 변화가 있으려나 하고 발코니로 나가 거리를 살펴보니 지진 때문은 아니지만 분명 변화가 있긴 있다.
지난 밤의 번쩍거리던 네온싸인이나 크리스마스장식의 불이 꺼진 것이야 당연하다 치더라도
이 곳이 정녕 어젯밤의 그 도시인가 싶을 정도로 도시의 아침이 그렇게 적막할 수가 없다.
이 도시는 밤의 얼굴은 어디다 감추고 이렇게 전혀 다른 얼굴로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 도시로 인해 세 번 놀라고, 지난 밤에 도착한 도시가 아닌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 도시에서 알함브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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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내다본 그라나다의 아침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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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아니라 알함브라 파라도르를 가리키는 표지판이다.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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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도 알바이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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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집들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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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예쁜 집들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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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집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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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알함브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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