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동유럽. 상하이/┣ 오스트리아(完)

(빈) <장식은 범죄다> 아돌프 로스의 로스 하우스

ⓡanee(라니) 2008. 4. 9. 11:34

번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읽은 책 중에 "클림트에서 프로이트까지 빈이 사랑한 천재들"이란 책이 있다.

얼마나 흥미로운지 밤을 새워 단번에 읽어버렸던 책이다.

이 책에는 클림트 (몽환적 에로티시즘), 프로이트(위대한 집착), 모차르트(신이 질투한 악동), 베토벤(폭풍 같은 운명),

아돌프 로스(장식은 범죄다), 오토 바그너(현대 건축의 거인) 이렇게 여섯명의 천재가 등장한다.

나는 그들 여섯명의 천재들 중 가장 생소한 사람이면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통적인 빈의 디자인과 빈 분리파의 과도한 장식을 비판했던 건축가 아돌프 로스를 찾아 가는 중이다. 

 

  

  



왕궁 앞의 로스 하우스를 보기 위해 그라벤 거리에서 콜마르크트 거리로 접어들었다.

간판을 대신한 듯한 시계도 예쁘고 상점의 디스플레이도 예술처럼 보인다.

   

 

 




로스 하우스를 찾아 가던 중 뜻하지 않게 콜마르크트 16번지에 있는 만츠서점을 먼저 보게 되었다.

카페 무제움에 이어 두번째로 보는 그의 작품이다.

파사드와 실내 인테리어를 그가 맡아서 했는데 파사드만 보아도 그의 작품인 줄 알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본 적있는 크니체 양복점과도 파사드가 거의 유사한 느낌이었으니까.

1912년 문을 연 만츠 서점은 95년째인 지금도 여전히 서점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왕궁이 보인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보려고 하는 것은 왕궁이 아니라 로스 하우스다.

슈테판 성당이 아닌 하스 하우스가 주인공이었던 것처럼

이 곳에서도 역시 이번만큼은 왕궁이 아닌 로스 하우스가 주인공이다. 

  

 

 



1911년 완공된 미하엘러 광장의 로스 하우스는 6층짜리 주상복합건물로

건설 당시 빈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려졌었던 건물이다.

이유인 즉 장식을 거부한 밋밋한 건축물이었기 때문.

언론에서는 온갖 비난을 퍼부어댔고 로스는 이러한 건물을 짓는다고 경찰청에도 불려갔으며 

빈 당국은 계속 해서 장식 없는 건물은 안된다고 주장해

결국은 우여곡절 끝에 창문틀에 화분을 장식하는 것으로 타협을 했다고 한다.

이렇듯 그의 장식 없는 건축물이 논란이 된 것은 빈의 건축적 전통에 대한 반역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로스 하우스는 황실 가족들이 드나드는 출입구인 미하엘러토르와 마주보고 있어

눈을 감지 않는 이상 이 문을 드나들 때마다 이 건축물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유난히 장식을 좋아했던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보수적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은 분노했고

다시는 미하엘러토르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는 실제로 부르크링 쪽으로 나 있는 부르크토르를 통해 드나들었다고 한다. 

황실의 미움을 샀던 로스 하우스, 당시로서는 정말 생뚱 맞고 혁명적인 건물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화려한 건축물들에 무감각해질 무렵 본 로스 하우스는 절제미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아 신선했다.

'좀 더 환할 때 보았으면 좋았을 걸.'

  


 



크니체 양복점인가 했는데 아니다.

도무지 어디있는지 눈에 띄질 않아 안타까워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지나쳐 온 상태였다.

크니체 양복점은 그라벤 거리에서 슈테판 성당을 바라봤을 때 오른쪽에 있다고 하니

아돌프 로스에게 관심이 있다면 놓치지 말고 보시길...

  

 


 <첸트럴 카페> 

 


선구적인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아돌프 로스는

코코슈카, 비트겐슈타인, 쇤베르크, 크라우스, 알텐베르크 같은 추종자 그룹에게는 아낌없는 칭송을 들었고

주류 기득층과 가까웠던 다수의 예술가들에게는 가타없는 질타를 받는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빈에서는 매일같이 로스의 건축을 놓고 논쟁을 벌였는데 첸트럴 카페는 그 논쟁과 싸움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클림트가 귀부인들과 자주 어울리던 곳이기도 하고.

 

인적이 너무 드문 곳에 있어서 첸트랄 카페를 찾아 이 거리를 걸을 때 사실 좀 무서웠다. 

안쪽은 기웃거려볼 생각도 못하고 사진 한 장 찍고 빠른 걸음으로 이 곳을 벗어나려고 했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눈에 익은 보티프 교회가 보인다.

어느새 환상도로까지 온 것이다.

"휴~살았다."

도나우 섬도 가보고 싶은데 벌써 9시 30분에 가까운 시각이라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 곳까지 같다오면 자정은 되어야 호텔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므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 호텔로 향한다.

  

 

 


Stubentor 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폴크스씨어터 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탄 후 서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시 서역에서 58번 트램을 타고 호텔로 향한다.

이렇게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재미 때문에 자유여행이 너무 좋다.   

 

 

 

 

 

흔히 '음악의 도시'로만 떠올리기 쉬운 빈(비엔나).

하지만 내게 있어 빈(비엔나)은 훈데르트 바서오토 바그너아돌프 로스가 있어 더욱 아름다운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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