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15일 (금)
Ranee in Varanasi
-산 자와 죽은 이가 함께 하는 갠지스 강-
다쟈스와메드 가트
바라나시 미로길을 벗어나 갠지스 강의 다쟈스와메드 가트에 이르렀다. 새벽녘에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갠지스 강... 뿌자의식이 거행되려면 아직 30여분쯤 남은 듯 하다.그 사이 우리는 배를 타고 화장터가 있는 마니까르
니까 가트에 다녀올 예정이다.
가트에서 내려와 갠지스 강 가까이 다가서니 새벽녘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온갖 쓰레기들이 눈으로 한가득 들어온다. 뿌자에 쓴 꽃송이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 신성시 되는 강에 유리병은 웬말인지....
'뿌자'란 신에게 갖가지의 현물을 바치며 공양을 드리는 힌두의식을 일컫
는 말이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강의 오염 상태만 봐도 이 곳에서 얼마나
많은 뿌자의식이 행해지고 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다쟈스와메드 가트
뿌자에 쓰는 디아를 파는 소녀
배를 타고 화장터가 있는 마니까르니까 가트로 향하는 중.
어둠이 내려와 주위를 점점 더 에워싸기 시작했다.
마니까르니까 가트
화장터가 있는 마니까르니까 가트의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경꾼에 지나지 않는 우리가 가까이서 바라볼 수는 없는 노
릇이라 배를 타고 멀리서 바라보는데, 불꽃만 보일 뿐 시신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시신 타는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니 눈 앞
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시신을 화장 중이란 실감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사실 사진은 찍으면 안되는데 사공이 얼른 찍으라고 해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순식간에 찍은 사진이다. 물론 줌으로
한참을 당겨서 찍었으니 사진으로 느껴지는 거리감보다 우리는 훨씬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힌두신들 중 가장 너그러운 어머니신이라는 갠지스강. 힌두인들은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육신의 한 줌 재를 이 곳에 뿌림
으로써 인생의 모든 짐을 어머니신에게 맡기고 좀 더 나은 삶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길 소망한다.
마니까르니까 가트의 화장터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다 다시 다쟈스와메드 가트로 돌아오니 어느새 뿌자의식이 거행되고 있다.
뿌자 의식을 주관하는 '뿌자리바바'들
산 자들이 모여 죽은 자를 위한 '뿌자의식'을 이렇게 밤이면 밤마다 행해주니 갠지스 강에 뿌려진 영혼들은 아마도 절대 외
롭지 않을 듯하다.
매일저녁마다 뿌자가 거행되는 다쟈스와메드 가트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과 인도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피곤해 하는 일행이 있어 1시간동안의 뿌자의식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되돌아 가는 길...
가트 주변의 수많은 걸인들
계단을 오르던 나는 믿지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바라나시의 걸인이란 걸인은 모두 이 곳으로 모인거니 뭐니.'
어디서 다 모였는지 모를 수많은 걸인들이 계단 하나하나마다 쭈구리고 앉아 간절한 눈빛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데 그 눈빛이
어찌나 간절하던지 그냥 지나치는 내 자신이 죄를 짓는 기분이 들 정도다.
계단을 다 오르자 허름한 기념품 가게가 나타났고, 이제야 드디어 걸인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때 나는 그 길을 걸으며 이 곳이 바로 산 지옥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도 가슴 아픈 장면이다.
이 릭샤왈라의 삶도 가슴 아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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