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서유럽,동유럽/┣ 오스트리아(完)

(할슈타트) 어둠이 삼켜버린 파라다이스

ⓡanee(라니) 2008. 4. 11. 18:57

상 낙원이라 일컬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 행복한 한나절을 보내고

대장쌤의 딸을 잃어버렸다 찾는 사건으로 초죽음이 되었다 깨어보니 

영원히 빛날 것 같던 태양의 도도함도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서서히 그 빛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크게 놀래키게 한 육체에 대한 위로 삼아 제법 근사한 저녁까지 먹고 나니

밖은 완전한 어둠에 휩싸여 여기가 정말 파라다이스였을까 싶게 모든 사물을 검정색으로 물들여 놓고 말았다.

 곳 사람들은 TV도 보지 않는 것일까.

도무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보기엔 밖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너무도 없다.   

순간 마을을 구경하다 미처 가보지 않은 곳이 생각났다.

교회 안의 무덤.

무덤이라고는 하지만 사진 속에서 보았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이 곳에 오면 꼭 들러 보리라 마음 먹었던 곳이다.

어둠은 내렸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기에 혼자서라도 교회를 찾아나선다.

계단을 한참 올라 교회의 문을 들어서니 마당 하나 가득 나란히 누워있는 무덤들이 나를 맞는다.

사진 속에서 본 무덤은 무덤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예뻐보였는데 어둠 속의 무덤은 누가 무덤 아니랄까봐 무덤 본연의 섬뜩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

어디선가 기다란 손 하나가 슬며시 나타나 내 목덜미를 잡아당길 것만 같다.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는 "괜찮다 괜찮다" 몇번이고 되뇌어 보지만 아무리 주문을 걸어도 다리가 후들거려 결국 사진 몇 장 찍다 말고 냅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나오고 말았다.

아무래도 내일 새벽녘에 다시 찾아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