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서유럽,동유럽/┗ 체코(完結)

마리오네트 인형극 '돈 조반니' 관람

ⓡanee(라니) 2008. 4. 13. 00:13

런던에선 뮤지컬을 빈에선 음악회를 프라하에선 인형극을...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형극을 공연한다는 나라 체코.

이 곳까지 와서 어찌 인형극 관람을 빼놓을 수 있으리.....

 

시가 광장을 대강 둘러보고난 시각은 6시 30분경. 우리가 예매해 놓은 인형극 '돈조반니' 의 공연 시각은 8시.

공연 시각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이왕이면 좋은 자리에서 인형극을 관람하고 싶은 욕심에 우리는 구사광장을 빠져나와 국립마리오네트 극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정 좌석이었으면 그런 욕심이 생길리도 없었으련만, 왜 그런지 몰라도 이곳은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고 선착순으로 입장하기 때문에 원하는 자리에서 인형극을 관람하고 싶은 사람은 한 시간 이상 전부터 기다려야 한다. 극장에 도착해 보니 우리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둘 있다. 한국인이다. 계단에 걸터 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우리 뒤로 줄을 서는 이 또한 한국인. 한국인이란 한국인은 여기서 다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한국어로 되어 있는 팜플렛도 있고 극장밖 게시판에는 한국어로 써 붙여 놓은 안내 글도 있을까.

他地에서 만나게 되는 한글은 언제이건 어느 곳이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반가움으로 맘을 설레게 만드는 힘이 있다.

--------------------------------------------------------------------------------------------------------------------------

]

 

 

 

▲ 지하철 A선 스타로메스트스카 역에서 내려 패스트푸드점 KFC가 보이는 곳 사거리에서 오는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문 앞에 인형이 매달려 있는 곳이 나오는데 이 곳이 바로 그 유명한 국립 마리오네뜨 극장이다. 입장료는 490코루나. 다른 소극장의 입장료는 350코루나로 이 곳보다 싸게 볼 수 있지만 값이 좀 비싸더라도 인형이 가장 크고 음향 시설도 상대적으로 좋은 이 곳에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공연이 8시부터 시작인데 미리 들어갈 수가 없다. 계단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중. 티켓은 이 곳에서 구입하면 된다.  

 

 

▲ 8시 가까이 되니 공연장 문을 열어 준다. 우리 일행은 맨 앞 가운데 그야말로 로얄석에 앉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 빈자리가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공연 시간이 되니 그 짧은 시간에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모여들었는지 빈자리 하나가 없다.

 

 

▲  아무리 인형극이라 해도 알아 듣지도 못하는 오페라 음악을 2시간 가까이 듣고 있자면 좀 지루하지 않을까..체면 때문에 내놓고 말하진 못해도 솔직히 그런 걱정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만다.

이 모차르트 인형이 중간마다 나와 배꼽을 잡고 웃어야만 할만큼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

자신의 음악을 폼나게 진지하게 지휘하는가 하면 어느새 우스꽝스런 표정으로 갑자기 관객을 쳐다보기도 하고, 얘기치 못한 장면들을 시도 때도 없이 연출하는데 그 능청스러움이 살아있는 사람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이다.

게다가 순간 순간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뜨리는 그의 살아 있는 듯한 눈 때문에 어찌된 일인지 가슴이 철렁 내려 앉기까지 하니 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분명 인형의 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가지 표정이었을텐데 나는 마치 마법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얼굴에서 다양한 표정을 보았다. 정말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들의 魂이 인형 속에 녹아든 것일까?   

 



 

 

 

 

▲ 오페라 <돈 조반니>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출신의 모차르트가 이 곳 프라하에서 작곡하고, 프라하 스타보브스케 극장에서 최초로 공연한 것으로 유명한 모차르트의 대표적 오페라 중에 하나이다.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만나는 여자마다 유혹하고 배신하는 바람둥이 돈 조반니가 결국 벌을 받는다는 내용. 인형극 <돈 조반니>는 바로 이 오페라를 아이템으로 만든 인형극으로 인형들이 마치 사람처럼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 

 

 

 

 

 

 

 

 

▲ 인형극이 끝나고 인형을 조종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이 인사를 한다. 우리는 당연히 마음에서 우러나는 우뢰와 같은 갈채를 보냈다. 너무나 대단했으므로...

 

 

▲ 무대 앞쪽 모차르트 인형을 조종했던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