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서유럽,동유럽/┗ 체코(完結)

프라하의 밤은 아름답다

ⓡanee(라니) 2008. 4. 13. 00:29

 

형극을 보고 호텔로 되돌아 가는 길.

시간은 이미 꽤 늦어있었지만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프라하의 휘황찬란함이 알콜 성분처럼 우리 체내에 퍼져 피곤함조차 마비시켜 버리고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쇼윈도에 진열된 가지 가지의 공예품들은 조명으로 치장되어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우리는 어김없이 그 진한 유혹에 시선이 붙들려 도저히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다.

 

 

 

 

 

 

 

 

신히 그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카를교에 이르렀으나 이번엔 그 보다 더한 유혹의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아 왔던 프라하성의 夜京 눈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동안 야경사진 찍기에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픈 욕심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거듭해서 사진을 찍어본다. 그러나 '혹시나'라는 말에 짝을 이루는 말이 '역시나'라는 말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카메라는 여전히 나를 배신하고야 마는데.... 

 

 

 

 

 

 

 

 

라하 성 사진 찍기의 집착에 지쳐갈 즈음 180도로 몸을 돌리니 참 희한한 건물 하나가 보인다. 마치 까만 바다 위를 헤엄치는 고래 한마리 같은, 게다가 머리엔 금빛 왕관까지 하나 쓰고 있다. 도대체 저 건물은 뭘까 궁금했지만 이 밤엔 도저히 확인할 길이 없다.

다음 날 댄싱하우스를 찾다 저 곳을 거쳐가게 되었는데 저 건물은 국민 극장이었다. 낮에 보니 밤에 보았던 고래 같은 모습은 발견할 수가 없고 그냥 예쁜 건물이었다.

 

 

 

 

 

 

 

 

 

夜景과 조화롭게 어울려 보일 내 모습을 상상하며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했다. 그러나 사진 속의 건물들은 모두 아지랑이로 변신중.그나마 내가 아지랑이가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할 판이다.

 

 

 

 

 

 

 

 

 

夜景을 구경하다보니 한참만에야 카렐교를 건널 수 있었다. 정말 밤이 깊어 버렸다.

지하철을 타니 승객이 거의 없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밤12시가 가까워 지하철을 탔을 때의 충격이 새삼 떠오른다. 너무나 조마조마한 맘으로 지하철을 탔는데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지하철을 가득 메운 승객들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던 기억.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본 것 같아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 곳 프라하는 우리의 서울과는 다른 것 같다.

그래도 다른 유럽의 도시에 비하면 우리네와 가장 닮아 보이는 프라하. 다른 곳에서는 느끼지지 못했던 각별한 애정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