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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배경으로 알려진 멜크 수도원

ⓡanee(라니) 2017. 6. 19. 16:26


장크트 길겐을 떠나 빈으로 향하던 중 멜크에 잠시 들려봅니다.

도나우강과 멜크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멜크는 빈에서 약 80km 떨어진 도시로,

바카우계곡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이면서 멜크 수도원이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찾고 있는 도시랍니다.

(멜크 수도원을 포함한 바카우 계곡 일대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으로 등재되어 있음)

그렇다면 많은 여행자들은 어떠한 이유로 멜크 수도원을 찾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통틀어 가장 화려하고 멋지다는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과 

못보면 후회한다는 성당과 박물관의 찬란한 보물들을 보기 위함일 수도 있겠고

순례자로서 발걸음 하는 이들 또한 수없이 많겠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대표작 <장미의 이름>의 배경으로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20세기 문제작으로 일컬어지는 <장미의 이름>은 1327년 11월 이탈리아 북부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 사건을 

수도사 윌리엄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숀 코넬리 주연의 영화로 다시 만들어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답니다.

소설 속 수도원은 이탈리아의 수도원으로 등장하지만, 움베르토 에코가 소설의 모티브를 얻은 수도원은 이탈리아의 수도원이 아닌 

바로 이 곳, 오스트리아의 멜크 수도원으로, 이 곳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한 수도사의 일기를 발견하게 된 움베르토 에코는  

그 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장미의 이름>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영화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도원의 모습은 칙칙하고 우울한 분위기지만,

직접 만나 본 멜크 수도원매우 화려하고 밝은 느낌이어서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답니다.

내부 촬영이 금지된 곳이라 해서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한 까닭에 멜크 수도원의 많은 부분을 보여드리긴 어렵지만

아직 못가보신 분들은 위해  대강의 모습이라도 전달해 드리고 싶어 포스팅해 봅니다.      

그럼 지금부터 멜크 수도원으로 출발해 볼게요.     



<장미의 이름>






행복을 온 몸 가득히 충전 시켜주었던 장크트 길겐떠나 멜크로 향합니다.

멜크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왕가 이전의 왕가였던 바벤베르크 왕조(1076~1106)의 수도였던 곳으로

1106년 바벤베르크 왕조가 베네딕투스 수도회에 기증한 왕궁과 땅에

18세기 초, 바로크 건축물로 재탄생한 멜크 수도원이 있어 유명한 곳이랍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예쁜 풍경들이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고...







두 시간 이상을 달려 멜크 수도원 주차장내려섭니다.







주차장 계단에서 바라본 멜크 수도원과...

.  





아담하고 고즈넉한 마을의 모습이랍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도원 중 하나인 이 곳에 와 있음에 마음이 벅차오르면서도

한편으론 일정상 저 마을을 구경해 보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수도원 입구입니다.

아치형 문 위에 열쇠 두 개가 교차되어 있는 문양은 멜크 수도원의 문장으로

하나는 지상, 하나는 천상의 열쇠를 뜻한다고 합니다.







잘 다듬어진 화단길을 지나 멜크 수도원의 동쪽 출입문으로 다가섭니다.







황색과 백색으로 단장한 박공 지붕의 아치문 양쪽엔 수도원의 수호 성인인 성 레오폴트 성 콜로만의 석상이 세워져 있고

문 위에는 멜크 수도원을 개축공사1718을 의미하는 <ANNO M DCC ⅩⅤⅢ>이란 글자가 라틴어로 새겨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라틴 숫자는 로마 문자로 표기하는데 ANNO는 서기,  M은 1000, D는 500, C는 100을 의미한답니다.

Ⅹ와 Ⅴ, 그리고 Ⅲ이 뜻하는  숫자는 누구나 아실테구요.

→ M (1000) +D(500) +C(100) +C(100) +Ⅹ(10)+Ⅴ(5)+Ⅲ(3)은 1718








문을 들어서자 궁전 처럼 보이는 수도원이 눈 앞에 마주 보이고

중앙 지붕 정상에 보물 중 하나라는 멜크의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것도 눈에 들어옵니다. 






입장권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이고

보이는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하고 문을 통과합니다.




<'오직 십자가 안에 영광'이라는 구절이 적혀 있는 박공 이마와 박공 위에 세워져 있는 멜크의 십자가 >






<청색 바탕에 금빛 열쇠 두 개가 교차되어 있는 수도원 문장이 붙어 있고 

양쪽으로 천국의 열쇠를 든 베드로와 정의의 칼을 든 바오로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는 문> 








교단의 창시자 베네딕트를 묘사한 천장화가 있는 문을 통과하면...







3층짜리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성직자의 마당이 나오는데

양 옆에 대칭으로 배열되어 있는 건물을 보면

위쪽 부분이 예언자을 나타내는 조각상들로 꾸며져 있음을 볼 수 있고...    







세개의 손이 떠받치고 있는 형상의 삼손 분수 와 수도원 성당인 애비성당보입니다.







방이 500개나 된다는 수도원 건물 중 일부인 이 건물의 우측학교기숙사로 사용되고 있고

좌측 2층의 방들이 박물관 전시실로 사용되고 있는 황제의 방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이제부터 관람하게 될 황제의 방

성직자의 마당 끝에 있는 가운데 건물 좌측 회랑을 지나

건물 안쪽 황제의 계단 위로 올라가면 나오는데 

황제의 방이라 불리는 11개의 방주제별로 꾸며져 있으며

이 곳에 진열된 수많은 유품과 보물들이 지나온 수도원의 역정을 말해줍니다.

내부 촬영금지라는 말을 들은 듯 하여 황제의 계단부터 세번째 방까지는 사진을 전혀 찍지 않았고

네 번째 방부터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핵심적인 것만 한 두개씩 찍은 탓에 

전시물에 대한 설명이 많이 미흡할 것 같습니다.


사진을 전혀 남기지 못한 첫 번째방부터 세 번째 방까지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파란색 방인 첫 번째 방은 'Listen with Your Heart' '라는 주제로 수도원의 시작을 알리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초록색 방인 두 번째 방은 'A House for God and Man' 이라는 주제로

수도원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내용의 전시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 번째 방은 'The Ups and Downs of History' 라는 주제로 중세인 16, 17세기의 멜크 수도원의 역사를 보여주는 방이랍니다. 



[네 번째 방]

The Wood of Life




네 번째 방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전시물은 사진 속 십자가

12세기에 보리수로 만들어진, 비엔나에서 가장 오래된 십자가랍니다.

 비엔나 루퍼트 성당에서 소장하다가 1799년 멜크 수도원에 기증했는데

고통 중에도 예수님의 표정이 평화로워 평화의 십자가라고도 한다네요.




[다섯 번째 방]

Now we are seeing a dim reflection in a mirror






섯 번째 방은 거울의 방으로 미사 때 사용하는 성배와 성광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방이 거울로 되어 있어 전시물들이 훨씬 더 밝고 화려해 보였던 기억이...^ ^





<보석이 박힌 화려한 성배>





<성체 강복시 신자들에게 성체를 보여주기 위해 상용하는 의식용 그릇인 성광(右)>






[여섯 번째 방]

Heaven on Earth





여섯 번째 방은 지상의 천국으로 꾸며진 방으로

17세기 중흥기에 사용된 황금의 십자가를 비롯해 수많은 전례용 성구 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 시대의 종교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의 초상화는 교단 창시자인 베네딕트 대주교를 그린 것이며...







위의 옷은 베네딕트 대주교예복들인데

금사로 수를 놓아 다 차려 입으면 20kg이 넘었다고 합니다. 






<17세기에 사용된 황금 십자가(左) , 베네딕트 대주교가 장례 때 입었던 옷(中)>





[일곱 번째 방]

In the Name of Reason




당시의 매장 관습을 알 수 있는 으로

바닥이 열리도록 되어 있어 재활용할 수 있는 관이랍니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모차르트 장례식 때도 이런 관이 등장하는데

수도원이 개축되어 문을 열었던 18세기 당시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라는 오스트리아 황제의 명에 따라

평민들은 큰 구덩이를 공동 무덤으로 써야 했다네요.

그래서 공동 무덤에 묻힌 모차르트의 시신도 찾을 수가 없는 거구요.




[여덟 번째 방]

The Whole Person





여덟 번째 방으로 들어서면 과거로 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수도원의 역사를 하얀 벽에 영상으로 비춰 보여주며

어린시절의 인간이 성인이 되어가면서 수행과 깨달음을 얻는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방이랍니다.




[아홉 번째 방]

The Path to the Future





아홉 번째 방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예르크 브로이의 2단 여덟 쪽짜리 제단화입니다.

성서 이야기가 앞, 뒤 양면에 그려져 있는 이 제단화는  

펼쳤을 때의 크기가 2m 정도 되지만, 접으면 마차에 싣고 다닐 수 있는 크기가 되는데

히브리어와 라틴어로 되어 있는 성경을 읽을 수 없는 문맹인들에게는

성경보다 이런 성화가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열 번째 방]

The City on the Mountain






복잡한 잠금 장치가 있는 보물상자랍니다.

안전한 곳에 두고 수도원의 귀중품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상자인데 

이 상자 덕에 1683년 터키군의 침략으로부터 수도원의 보물들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 상자를 열기 위해선 덮개 부분의 복잡한 기계장치가 제대로 맞추어져 구동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기부금 상자로 개방되어 있답니다.   




[열 한 번째 방]

Motion Is a Sign of Life






마지막 방인 열 한 번째 방이랍니다.

이 방에는 1106년 바벤베르크 왕조가  왕궁과 주위의 땅을 베네딕투스 수도회에 기증할 당시의 바벤베르크 성의 모형과... 







바로크 양식의 멜크 수도원으로 바뀌고 난 뒤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멜크 수도원의 전체 모습을 모형으로 한 눈에 보니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는 부분이 얼마나 작은 일부분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답니다.




<천장에 비친 멜크 수도원 모형>






[대리석 홀]

Marble Hall





11개의 전시실을 다 돌아보고  복도 끝에 있는 대리석 홀로 이동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실의 방문이나 귀빈들의 방문시 연회장으로 사용됐다는 이 홀은

가구나 장식품이 없고 채광이 잘 되도록 큰 창이 나있으며

그 사이 사이에 자주색 기둥들이 총총히 서있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대리석 홀이라는 명칭이 붙어있긴 하지만 문틀 부분만이 진짜 대리석이라 하며

바닥 가운데에는 밑에 있는 부엌에서 난방 온풍이 올라오도록 고안된 쇠창살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모두 천장을 쳐다보고 있는 이유는 1731년에 그려진 천장의 프레스코화 때문으로 

 이 프레스코화는 진정한 신성로마제국의 계승자인 합스부르크 왕가 황제 칼 6세에게 바쳐진 것이랍니다.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어요)





천장 가득히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게 그려진 이 프레스코화에는

지혜의 여신인 아테네가 사자가 끄는 마차에 앉아 사람들을 암흑에서 빛으로 인도하는 모습과 

용맹의 신인 헤라클레스가 지옥, 암흑, 죄의 세 머리를 가진 악마를 무찌르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어

어둠과 악마로 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황제가 빛을 가져다 준다는 내용을 표현한 것이랍니다.




[테라스]

Terrace







11개의 방으로 이어진 수도원 2층 박물관과 대리석 홀까지 보고 나오면...  







도서관 건물로 이어지는 반원형의 테라스가 나옵니다.







이 테라스에 서면 아담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멜크 시가지와

배경으로 펼쳐진 바카우 계곡...







그리고 도나우 강의 풍경이 환상적으로 다가와서 저절로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이 행복 안에 가족이 함께 하면 더 좋았을텐데...^^.




<멜크 수도원 전경>







멜크 시가지를 바라보다 몸을 돌려 테라스 안쪽을 바라보면 성당 건물이 장엄하게 서있습니다.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의 이 건물은 완전한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성당 건물 맨 위쪽 두 시계탑 사이에는 천사를 양 옆에 거느린 부활한 그리스도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 아래  2층에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베드로(左)와 검을 가지고 있는 바오로(右)사도의 석상이 보이고

1층 상부에는 미카엘 등 수호 성인의 석상이 세워져 있는게 보입니다.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어요)




<테라스 안쪽 콜로만의 뜰>






[도서관]

Library






멜크 수도원의 자랑이며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된 도서관입니다.






10만권의 장서와 9세기 이래의 필사본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은 수도원의 문화재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1690년도 빈센조 코로넬리의 천국과 지상을 표현한 두 개의 지구본이 양쪽으로 마주 보고 있는데   

도서관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지역이라 멜크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모셔온 사진으로 대신했답니다.




[성당]

Abbey Church




도서관을 관람하고 멋진 원형 계단으로 내려오면 수도원 성당이 나옵니다.

너무나 화려해서 눈을 어디에다 먼저 둬야할지 방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곳으로 

유럽의 수많은 성당들 중 그 어떤 성당에도 뒤지지 않을만큼의 화려한 성당이 아니었나 싶네요.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어요)






성당의 주 제단입니다.

갈리 비비에나의 작품인 주 제단은

순교를 앞 둔 베드로와 바오로의 작별 장면을 중심으로 금빛 입상과 대리석 기둥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둥글게 뚫린 캐노피를 둘러싼 천장 앞 부분에는 천국의 모습을 정교하게 그려낸 프레스코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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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속 제단들>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어요)









1702년부터 근 20년에 걸쳐 완성된 이 성당은 내부를 금박으로 장식하는데 5kg의 금이 사용되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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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형 돔과 빼곡한 프레스코화들>








천장의 프레스코화와 파이프 오르간(右) 입니다.

모차르트가 두 번이나 방문하여 연주했다고 하는 파이프 오르간은 1929년 건물을 보수하면서 철거하고

현재의 것은 1970년 크램스 출신의 오르간 제작자가 설계 제작하여 설치한 것이라고 하네요.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어요)




<예루살렘으로 가던 길에 멜크 근처에서 순교 당한 11세기의 아일랜드 성인 성 콜로만의 유골 & 교단 창시자인 베네딕트 대주교의 유골> 






<성경을 읽어주는독서대>








휘황찬란함에 혼이 빠진 듯 조금은 멍해진 기분으로 

관람을 마치고 수도원을 떠납니다.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계단마저도 평범하지 않은 모습!!

마을도 그렇고, 정원도 그렇고, 충분히 구경할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번갯불에 콩 궈 먹듯 정신 없이 떠나야 함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팬이거나, 건축물에 특별한 관심이 있거나, 순례 여행을 하시는 분이라면

더욱 흥미롭고 감동이 있을 여행지가 될 멜크 수도원!!

아직 가보지 않으셨다면 기억해 두세요.  

공감(♡)과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