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5일
Ranee in Venezia
베네치아에서 꼭 경험해 보고 싶었던 일, 베네치아의 명물 곤돌라를 타려 한다.
귀족들만 타고 다니던 일종의 고급 승용차였던 곤돌라,
나는 이제부터 귀족이 되는거다.
<곤돌라>란 이탈리아어로 흔들리다라는 뜻이란다.
곤돌라의 흔들거림이 나에게 아슬아슬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직은 출발한지 얼마 안돼서 큰 도로에 해당하는 대운하에 있지만
곤돌라는 이제 곧 골목길에 해당하는 작은 운하로 들어설 것이다.
"하~ 이제 진짜 곤돌라를 타는 기분이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하는 것.
처음이란 것은 언제나 설레임을 동반한다.
이름 모를 작은 다리 아래를 몇 번이나 지났을까.
나는 그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고 그들은 우리를 보는 것이 재미있고.
나는 그들을 내 카메라에 담고 그들은 우리를 그들의 카메라에 담는다.
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마냥 행복하다.
이런 느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베네치아에 열광하는 걸까.
저들도 나만큼 행복할거야.
허름한 외벽 안에는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화려한 딴 세상이 있다고 들었다.
속이 초라해도 그 초라함을 들키지 않으려 최대한 겉을 포장하는 싶어하는 많은 인간들의 경우와 대비되는 것 같다.
TV 화면에서 본 곤돌리에는 <오 솔레미오>나 <산타루치아> 같은 노래를 근사한 목소리로 불러 주던데...
왜 오늘은 그 어느 곤돌리에도 노래를 불러주지 않는거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곤돌라를 타려면 비용이 더 든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이런 바보퉁이...ㅋㅋ)
곤돌라를 타는 동안 보았던 곤돌리에 중 인상이 가장 좋아 보이는곤돌리에.
당신을 오늘의 곤돌리에로 임명합니다.
그에 반해 내가 탄 곤돌라의 곤돌리에는 기분이 영 꽝인 모양이다.
한 번도 웃지 않고 노 젓는 내내 인상을 쓰고 계신다.
"당신이 활짝 웃어 주었다면 나는 아마 당신 때문에 더 행복했을 거예요."
다시 대운하로 나왔다.
아쉽지만 이것으로 곤돌라 여행 끝~
너무나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곤돌라에서 내린 후 ...
다시 산 마르코 광장 쪽으로 걸어 가는 중이다.
무라노행 수상버스를 타는 곳을 지난다.
지금 이순간 무라노가 아닌 부라노 행 수상버스를 탈 수만 있다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는데...
'어라~ 이 쪽의 곤돌리에들이 모자도 쓰고 더 멋지잖아.'
아무래도 곤돌리에를 잘 못 만난게 한 점의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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