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그리스. 터키/┏ 그리스(完)

(아테네) 내셔널 가든에서 여권을 빼앗길 뻔 하다.

ⓡanee(라니) 2008. 8. 22. 20:10

 

 

 

Ranee in Athens

-국립공원(National Garden)-

 

 

 

 

 

국회의사당에서 아말리아스(Amalias) 길을 따라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왼쪽으로 국립공원(National Garden)의 입구가 있다.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개장하므로  아테네의 뙤약볕에 지쳤거나 지나가는 길이거든 들렸다 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16ha에 이르는 규모에 전 세계에서 수집한 약 500여 종류의 각기 다른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공원 안에는 식물원과 호수, 카페테리아, 어린이 도서관과 놀이터 등의 편의 시설들도 갖추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일부만 돌아봤기 때문에 전부를 보지는 못했다.

공원에는 Amalias 길의 입구말고도 3개의 출입구가 더 있는데 우리는 제우스 신전으로 가기 위해 나갈 때는 Zappeion 방향의 문을 이용했다.  

 

 

 

 

이 곳은 생각보다 사람의 통행량이 적은 곳이 많으므로 여럿이 가지 않고 혼자 가거나 둘 정도가 갈 때는 인적 드문 으슥한 곳은 피하고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올 때는 일단 방심해서는 안될 곳이다. 우리의 경험상.

우리는 이 곳에서 큰 나무 뒤에 숨어 있는 "바바리맨"도 목격했고 3인조 사기단에게 여권을 강탈 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지나가던 그리스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권을 빼앗기고 어찌 됐을까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3인조 사기단의 수법을 소개하자면...>

 

 1. 우리에게 어디서 왔느냐며 자신은 불가리아에서 왔다는 한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는 우리에게 지도가 있느냐고 묻는다. 

     우리는 관광객인데 길을 잘 몰라서 그러는 줄 알고 친절하게도 지도를 꺼내 보여준다.

 

 2. 그는 은근 슬쩍 우리가 앉아 있는 벤취에 앉으며 지금 여기가 지도상에서 어디냐고 물었고,

     우리는 아무 의심없이 친절하게 열심히 지도를 들고 설명해 준다.

 

 3. 이 때 두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경찰이라며 뺏지를 꺼내 보여주고 불가리아인이라는 남자에게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한다.  

     마치 불법 체류자나 국제 범죄자를 대하는 모습으로.

 

 4. 불가리아 인이라는 남자는 몹시 허둥대며 "자기는 떳떳하다" '나는 아무 문제 없다"  애써 변명하는 말투로 여권을 꺼내 보여준다.

 

 5. 불가리아인의 여권을 검사한 경찰이라는 남자들은 우리에게도 여권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마치 "너희들도 한패지?" 하는 느낌을 주며.

 

 6. 우리는 화들짝 놀라 전혀 모르는 사이임을 강조하기 위해 어리석게도 서둘러 여권을 꺼내 보여 준다.

 

 7. 이 때 또 다른 한 남자 등장. "무슨 일입니까?"  그리고 우리에게도 "무슨일이예요?"라고 묻는다.

 

 8. 불가리아인은 자기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는 듯 일어나 슬금 슬금 사라지고, 그러는 사이 두 남자는 여권을 우리에게 돌려주며

    버벅대기 시작, 그러다 갑자기 뒤돌아서 가버린다.

 

 9. 그들에게 여권을 주었느냐고 묻는 그리스 남자, 안주었다고 했더니 슬슬 두 남자가 사라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리스 남자.

 

10. 멍~하고 있는데 잠시 후 사라졌던 방향에서 쏜살같이 달려오는 두 남자는 우리 앞을 지나쳐 사라지고  그리스 남자 또한 여전히 

     그들의 뒤를 쫓아 뛰어 간다. 그리고 이내 오토바이의 굉음이 들렸고 그렇게 끝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홀린 것 같기도 하고, 한국에서라면 그렇게 어처구니 없이 당하진 않았을텐데...

결론은 낯선 이를 함부로 믿어서도 안되고 경찰이라고 해도 함부로 여권을 보여줘서도 안된다는 거다. 위조 뺏지 같은 거, 영화 속에서 수도 없이 보았으면서도 어이없게 잘도 속았다. 혹시나 앞으로도 이런 유사한 일을 당하면 경찰서로 가자고 해야겠다.

 

'그 그리스 남자는 누구였을까?'

'그냥 지나가던 사람, 아니면 그가 진짜로 잠복근무하던 형사??'

 

 

아무튼 당신들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거 잊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