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그리스. 터키/┗ 터키(完結)

(이스탄불) 로마의 상징 <수도교>와 <지하궁전>이라 불리는 지하 물 저장고

ⓡanee(라니) 2009. 2. 1. 17:27

 

2008년 8월 12일 (화)

 

Ranee in Istanbul

-쉐흐자데 자미 & 수도교 & 지하궁전-

 

 

 

 

 

   

수도교가 보고 싶은 나는 일행들과 헤어져 지도를 보며 쉐흐자데바쉬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지도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은 뒷길로 들어선 탓에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시간은 야속하게 쉼 없이 흘러 가고 혹시나 약속 시간에 늦지 않을까 걱

정이 몰려 온다.

'에이! 그냥 돌아가 버릴까.'

'아니야, 여기 까지 왔는데 그럴 순 없잖아.' 

되돌아가야할 인지 조금만 더 찾아보아야할 것인지 갈등에 휩싸이는 나....  이 때 마침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쉐흐자데 자미였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우와! 방가방가. 쉐흐자데자미가 여기 있으니까 수도교도 멀지 않은 곳에 있을거야.

  

 

 

 

  쉐흐자데 자미

쉐흐자데바쉬 거리에 있는 쉐흐자데 자미는 카누니 술탄 슐레이만이 천연두로 죽은 왕자 메흐멧을 위해 건축한 자미라는데 이 자미 또한 미마르 시난의 작품이며 오스만 제국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의 시초가 되는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가우디가 있다면 이스탄불 도처엔 미마르 시난이 있는 것 같다. 

 

 

 

이스탄불의 모든 미나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나레라는 쉐흐자데 자미의 미나레 

하지만 난 전문가의 눈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쉐흐자데 자미 주변의 작은 공원

쉐흐자데바쉬 거리에 있는 이스탄불 시립홀

 

 

 

 

  발렌스 수도교

드디어 나의 목적지인 발렌스 수도교가 있는 곳에 도달했다.  도시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비잔틴 시대의 유적지인 발렌스 수도교는 이스탄불의 명소 중 하나지만 단체 여행으로 이스탄불을 찾는다면 소외되는 유적이기도 하다.

콘스탄티누스1세 때 착공하여 발렌스 황제가 통치하던 378년에 완공되었는데 1000m 길이중 현재 800m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쉐흐자데 자미를 건설할 때 130m정도 훼손되고 금세기에 들어 도시 계획으로 조금더 파괴되었다고 함) 

이스탄불에 수도교가 필요했던 이유는 7개의 언덕이 있어 경사가 심했던 이스탄불의 지형 때문으로 언덕과 언덕 사이를 2층짜리 아치형 수도교로 이어 이 곳으로 물을 흘려 보냈다고 한다. 수도교로 운반한 물은 이스탄불 대학에 있는 저수지로 모여 들었고 비잔틴 궁전에서 사용된 물은 '예레바탄 사룬치(흔히 지하궁전이라 부르는 곳)'로 불리던 지하 저수지로 들어갔다고 한다. 

오스만 터키 시대에는 실제로 이 수도교가 많이 이용되었다고 하는데 그 오랜 시간을 견디고 현재까지 이렇게 잘 보존되어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며 오스만 터키 역대 술탄 중에 광적인 인물이 있었다면 발렌스 수도교나 아야 소피아 성당 같은 비잔틴 시대의 유물은 하나도 남김 없이 파괴되어 이야기로나 접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런 술탄이 없었다는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싶다.    

 

 

 

 

 유니베르시테역 

발렌스 수도교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기도 하고 여기까지 온 김에 파티자미까지 걸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약속시간인 4시가 가까와져 가고 있어 악사라이 지구를 조금 구경한 뒤 트램을 타고 술탄 아흐멧 지구로 향한다.

 

  

 

 

어느새 너무나도 눈에 익숙해진 술탄 아흐멧 지구에서 내려 지하궁전을 찾는다.

 

 

 

 

지하궁전 관람을 위해 티켓을 구입하려고 줄을 선 사람들

빨간 기와 지붕의 이 건물이 지하궁전의 입구이다. 이 곳에서 티켓을 끊어 계단 밑으로 내려가면 지하궁전 이란 저수지가

있는데 이 런 작은 건물 밑 지하에 그런 공간이 있으리라곤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지하궁전 티켓

 

 

  지하를 떠받치는 기둥들

지하궁전은  4세기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 만들어져  6세기 유스티니아누스1세 시대에 확장돼 길이 141m에 폭이 73m나

는 대규모의 물저장고이다.   8m 높이의 돌기둥 336개가 떠받치고 있는데 관람객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돌기둥 사이에

복도를 치하고 조명까지 설치해 놓았다.

이 저장고에 저장되는 물은 이스탄불에서 19km 떨어진 벨라그드 숲에서 끌어온 물로 저수량이 80000t에 달한다고.

원래는 '예레바탄 사룬치(지하 저수장)'라 불려야 하지만 마치 지하궁전 같기 때문에 '예레바탄 사룬치'라는 말대신 '예레바

탄 사라이(지하궁전)'로 흔히 불리운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물 저장고 답게 기둥 아래 쪽으로는 물이 흐르고 있는데 감도는 기운이 왠지 신비스러운

느낌이다.

  

  

 

  

 뒤집힌 메두사 머리

예레바탄 사라이 내부에는 돌기둥의 초석으로 사용되고 있는 거대한 메두사 얼굴이 2개 있다.

하나는 거꾸로 놓여 있고 하나는 옆으로 누워 있는.... 

메두사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뱀이 된다고 하는 그리스 신화의 내용 때문에 메두사의 시선을 피할 수 있게 이리 놓았다는

설도 있고 언뜻 듣기론 기둥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이리 놓았다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곳의 돌기둥들이 재활용품들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옆으로 누운 메두사 머리

 

또 다른 의견으로는 이교도를 멸시한 풍토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메두사는  기독교  이전의  그리스인이 어딘가에 세운 조각상이었을 것이고 비잔틴 시대

되면서 메두사는 이교도의 유물이 되었을 것이기에 이교도의 신상을 초석으로 사용하

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이렇게 메두사 얼굴을 뒤집어 놓거옆으로 놓음으

로써 멸시감을 나타낸 것일 거라는 것.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자니 물이끼로 색도 변하고 오랜 세월을 이러고 있었을 생각에

물이 아님에도 왠지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기둥에 다양한 문양이 있는 것은 각지의 오래된 신전 등에서 운반해 왔기 때문이며...  

 

 

이것 또한 재활용한 기둥이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행운의 기둥(?)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가까이 가보니 아야 소피아 성당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한 장면

이 벌어지고 있었다. 기둥에 손바닥을 대고 엄지 손가락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리면 소원

이 이루어진다나.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재미로라도 하고 싶은게 공통적인 마음들인지 관광객

들에게 인기가 좋다. 

 

 

 

 

 

 저수지의 물고기와 동전들

저장고의 바닥엔 지금도 물이 차있고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관광객들이 던져 넣은 세계각국의 동전들로 반짝인다.

 

 

 

 

 

지하궁전 내에는 카페가 있어 차를 즐길 수도 있고 때론 이 곳에서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고 한단다. 지하

물 저장고라는 장소로만 생각해 보면 썩 잘 어울린단 생각은 들지 않지만 지하궁전이라 불릴 정도의 전체적

인 분위기를 생각해 본다면 이 곳에서 마시는 차 한잔이나 이 곳에서 듣는 음악 감상도 꽤 괜찮을 것이란 생

각이 들기도 한다. 

  

 

 

☞ 다음편에선 피에르 로티의 찻집으로 안내할게요.

 

 

추천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