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북유럽, 러시아/┣ 노르웨이(完)

(노르웨이) 오슬로의 밤

ⓡanee(라니) 2010. 4. 4. 13:35

 

    2009년 8월 5일 (수)

 

 

Ranee in Oslo

 

 

 

 

 

 

도무지 밤이라 말할 수 없는 북유럽의 여름밤, 저녁 8시가 훌쩍 넘어 9시를 향해 가고 있음에도 아직도 해가 기울지 않고 있다.  

어두워질 때까지 호텔에서 빈둥거리느니 시내 구경이나 하자며 일행 몇명과 나선 길.

오슬로 시청사에서 호텔까지 버스로 10여분 정도 걸렸으니 충분히 걸어서 갈만한 거리라고 생각하고 길을 나섰는데 생각보다 먼거리다.

 

 

 

 

가는 길에 프람 박물관을 보았다.

배 옆으로 보이는 삼각형의 건물인데 노르웨이의 해양학자겸 탐험가인 난센의 연구 업적과

그가 탐험시 사용한 배와 유물들을 전시한 박물관이란다.

9시를 향해 가는 시각만 아니라면 한 번쯤 들려볼만도 하겠건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호텔을 나선지 1시간...

30분쯤 걸릴 거라 예상하고 나선 길이었는데 1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이 곳은 여행 책자의 표지에서 보고 참 운치있는 풍경이라 생각했던 시계탑 앞.

한 나라의 수도치고는 참으로 한적해 보이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 곳만큼은 사람들로 가득한 것이 활기가 넘쳐 보인다.

 

 

 

시계탑에서 바라본 오슬로 시청사

 

 

 

 

 

내가 하고픈 건 오슬로 시내를 더 활보하는 거였지만 같이 나온 일행들의 목적은 시내 구경보다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함이었기에 나는 잠시

고민에 빠진다. 호텔로 되돌아 가는 길이 번화하기만 하면 나홀로라도 걱정 없이 시내 구경 쪽을 선택하겠건만 혼자 걷기엔 너무 한적한 길이라

감히 단독행동을 할 수 없다.

  

 

 

노르웨이의 무서운 물가를 생각하면 맥주 한 잔도 맘놓고 할 처지가 아니기에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구입하여 마시기로 했는데....아니 뭐 이런 일이....

슈퍼마켓 같은 곳에선 6시이후에 술을 팔지 않는단다. 술을 마시려면 술집으로 가라는 거지. 하는 수 없이 근처 노천카페 같은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에구 눈 튀어 나오겠다. 

겨우 한 잔 정도 나오는 이 작은 맥주 한병에 15,000원이라니 ...

애주가라면 비싸다 여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분위기 때문에 마시지, 술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 내겐 참으로 아까운 술값이다.

안주는 더더욱 비싼지라 일행들 모두 안주를 안시키니

종업원들이 눈치를 주는 것만 같아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 

 

 

 

 

 

가시방석에 앉아서도 그런대로 그 자리를 즐기다 일어서니

건물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내민 보름달이 눈에 들어온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걸 보니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긴 이르렀나 보다.

 

 

 

 

 

밤길을 다시 한 시간동안이나 걷는게 싫은지 모두들 택시를 타고 가자고들 한다. 나는 더 걷고 싶었지만 어쩌겠는가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지.

그래서 지나가는 택시를 붙들어 값을 묻는데.....

'아니 뭐 이런.....택시로 10분도 안될 거리에 50달러나 내라니. 우리 돈으론 70000원이상 되는 돈인데...'

혀를 내두르며 우리는 결국 그냥 걷기로 했다.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