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캄보디아. 베트남/┏ 캄보디아

[캄보디아] 똔레삽(톤레삽) 호수에서 일몰을...

ⓡanee(라니) 2011. 1. 28. 19:45

 

2011년 1월 11일 (화)

 

 

 

 

똔레삽 호수로 

 

 

 

 

 

 

호텔에 도착한 시각 오후 4시...

여행사에서 준 일정표에는 호텔에 도착한 이후로 아무 일정도 잡혀 있지 않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라 어쩌려나 싶었는데 가이드가  톤레삽 호수에 가서 일몰을 보자는 제안을 한다. 일정표에 의하면 톤레삽 호수 관광은 4일째에  계획되어 있는데 오늘도 보고 다음에도 또 보자는 건지...???  의하했지만 어쨋거나 호텔에서 이대로 죽치고 있는 것보단 다행이다 싶어 여름 옷으로 후다닥 옷만 갈아 입고 호텔을 빠져나와 버스에 올랐다.

얼마 되지 않아 일행들이 모두 모였고 신나는 맘으로 출발~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동안엔 모양새 좋은 호텔 건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이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한 형편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걸 크게 실감하지 못했는데, 톤레삽 호수로 가면서 보니 처음에 예상했던대로 사람들의 사는 형편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뜻 언뜻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인도에서 느꼈던 그런 가슴 아픔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너무나도 개인적인 감정이라 일반화 시킬 수는 없는 생각이다. 내가 기억하는 인도의 인상은 처음 접했던 상황이니만큼 충격적이었고 더 강렬하게 각인된 것일 수도 있겠기에.         

 

 

 

 

수상촌 직전의 마을 모습

 

 

 

 

 

호텔에서 30분쯤을 달려 동남아시아 최대의 호수라는 톤레삽 호수에 도착했다. 입장권을 사고 계단 아래로 내려가니 관광객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즐비하게 늘어선 관광용 보트 들이 눈에 들어온다.

입장권이라는 것은 사실 배표인데 전에는 배주인들이 직접 손님들과 상대했었지만 그러다 보니 가격 경쟁 때문에 문제가 생겨 아예 나라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배주인들은 나중에 입장권을 팔아 생긴 돈을 공평하게 분배 받는다고 한다. 표를 파는 관리나 그 곳을 관리하고 있는 경찰에게 돈의 일부가 흘러 들어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보트에 올라 타 양쪽 자리를 오가며 사진을 찍기 위해 보트의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이내 보트가 호수를 가르며 서서히 달리기 시작,  그 순간 방콕에서 보았던 짜오프라야강변의 수상 가옥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며 이 곳은 또 어떤 모습일지 한층 더 궁금해진다.     

 

 

 

 

 

하나라도 더 놓치고 싶지 않아 분주히 사진을 찍어대는 나.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설 때마다 배가 뒤집어질 듯 기우뚱거리는 바람에, 내가 오른쪽 자리로 이동하면 딸은 왼쪽 자리로 이동하고 내가 왼쪽 자리로 이동하면 딸은 오른쪽 자리로 이동하며 균형을 맞추어야 했다. 그러한 수고로 다행스럽게 배는 뒤집어지지 않을만큼의 균형은 유지했지만 문제는 딸보다 훨씬 더 한 나의 무게감으로 인해 내가 이동한 쪽으로 보트가 계속 기울어진다는 것. 창피하기도 하고 눈치도 보였지만 나의 사진에 대한 욕심은 그런 것들을 무릅쓸만큼 강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딸 애의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엄마 때문에 내가 못 살아."   

 

 

 

 

 

황토색을 띈 톤레삽 호수의 물빛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호수의 물빛깔과는 거리가 멀다. 톤레삽 호수가 이런 빛깔을 띄고 있는 이유는 메콩강의 황토물이 역류하여 이 곳으로 일부 유입되기  때문으로 누렇고 거무튀튀해 보이기까지 하는 톤레삽 호수의 흙탕물은 언뜻 보면 몹시  더러워 보이기까지 하지만, 800여종의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민물고기 생산량 세계 1위라니 눈에 보이는 것처럼 더러운 곳은 아닌 것 같다. 정말로 더러운 곳이라면 민물고기가 그렇게까지 많이 살지는 못할테니 말이다. 

 

.

 

 

 

 

호수를 달리다 보니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모양이 제법 번듯한 집들도 있고 움막처럼 생긴 집들도 보인다. 이 곳에서도 또한 나름의 빈부차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이 이 곳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캄보디아의 빈민층들이 사는 곳일 거라 생각하기 쉽겠지만 이 곳에 둥지를 틀고 물 위에 갇혀 살아 가고 있는 이 사람들의 대부분은 캄보디아인이 아닌 전쟁을 피해 이 곳으로 들어온 베트남 난민들이라고 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게 국적을 내어주지 않았고 그래서 이들의 대부분은 국적이 없단다. 국적이 없으니 이 곳을 떠나 육지로 나가 살 수가 없고 어렵사리 국적을 얻는다 해도 가난하고 배움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 이들이 밖으로 나가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다른 블로그에서 보니 가이드가 해준 말과 다큐 동영상에서 본 내용과는 달리 캄보디아 정부가 이들에게 인색하지 않아서 국적을 많이 내어 주었다는 내용과 풍부한 물고기 때문에 벌이가 괜찮아서 자의적으로 이 곳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바람처럼 잠시 머물렀던 여행자로선 어떤게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큼직한 간판들을 붙여놓고 있는게 아니라 겉에선 보기엔 알아 차리기 힘들지만 이 곳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지라 육지 생활 부럽지 않게(?) 있을 건 다 있다고 한다. 만물 수리상이며 미용실, 이발소, 그릇가게 등등이....   

 

 

 

이 배는 일종의 이동식 가게인걸까?

 

 

 

 

 

 

 

 

오누이처럼 보이는 남녀가 탄 배가 줄 곧 쫓아오더니 눈깜짝할새 여자 아이가 우리가 타고 있는 배로 뛰어 올라 물건을 팔고 또다시 순식간에 타고왔던 배로 깡총 뛰어내린다.

'얼마나 같은 행동을 반복했으면 저럴 수 있을까?'

 묘기 공연을 본 것 같은 착각에 순간적으로 박수를 칠 뻔 했다.

 

 

 

호수 주변의 낡은 오두막집들

 

 

 

 

 

그물을 손질 중인 여인

 

 

 

 

톤레삽을 젖줄로 살아가는 약 300만명의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을 호수의 물로 해결한다. 세수하고 양치질 하고 설겆이 하고 마시고... 톤레삽은 이들에게 삶의 터전이며 생계의 수단이고 놀이터가 따로 없는 어린 아이들에겐 놀이터이기도 하다.  

 

 

 

 

 

 

톤레삽 호수를 오가는 관광용 보트들

 

 

 

 

 

 

보트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수상가옥들이 점점 눈에 드물게 띈다 싶더니 호수가 점점 넓어지며 바다처럼 보이는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라는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 바다를 닮은 톤레삽 호수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광경,

흐려진 날씨 탓에 일몰 광경 자체는 기대만큼 멋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곳엔 노래가 있었고.. 바람이 있었고..나는 보트의 지붕에 앉아 있었기에 내 눈에 비친 일몰의 광경은 충분히 환상적이고 또 환상적이었다.

 

 

 

 황토빛 호수는 석양에 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보트의 지붕에서 석양 바라보기

 

 

 

 

 

 

 

점점 어둠 속으로 숨어 들기 시작한 호수의 모습  

 

 

 

 

 

 

  

환한 미소가 예쁜 호수 위의 꼬마 아가씨

 

 

 

 

 

 

 

아쉽지만 돌아갈 시간....

가장 멋진 노을은 볼 수 없었다해도 해질녘 톤레삽의 풍경은 가슴에 담기엔 충분한 아름다움이었다.

 

 

 

  

 

 

To be continued..

 

* 톤레삽 호수 수상촌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깜뽕블럭> 편에서 좀 더 자세히 보여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