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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아부심벨 신전에서 눈물을 흘리다.

ⓡanee(라니) 2012. 2. 9. 03:00

 

2011년 12월 31일 (토)

  

 

 아부심벨 신전에서 눈물을 흘리다.

 

 

 

 

 

오늘은 기자의 세 피라미드에 버금 가는, 이집트 여행의 하이라이트, 아부심벨 신전을 보는 날....

잠은 자는둥 마는둥 하고 꼭두새벽부터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스완에서 아부심벨까지 차로 이동할 때는 아무 때나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안전상의 문제로 하루 두 번 정해진 시각 (새벽4시와 오전11시)에 관광경찰(콘보이)의 호송을 받으며 이동해야 하는데 

오전11시보다는 새벽4시에 출발하는 차량이 더 많다고 한다. 

여름에는 당연히 무더위를 피하고자함이 가장 큰 이유일테고 다른 이유로는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가 아닐지....   

아무튼 우리는 새벽4시 출발 시각에 맞춰 집결장소에 도착했고 제대로 도착했으니 곧 출발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호송차가 떠날 생각을 않더니 결국 30여분이 지나서야 출발한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나!!! 이집트에선 시간 약속 같은게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한 때 우리도 코리안 타임이란 불명예스러운 말을 듣고 살아야 했던 적이 있지만 

이집션 타임 코리안 타임보다 한 술 더 떴으면 더 떴지 결코 덜 하진 않은 듯 하다.             

 

 

 

 

버스가 출발하자 대부분의 일행들은 다시 잠 속으로 빠져 들기 시작했지만 

나는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아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차창 밖 풍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아스완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시작된 사막 풍경만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나마 어두워서 그다지 보이는 것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사막을 뚫고 거의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아스팔트 도로를 한시간 이상 달렸을 무렵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해가 지평선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잠에 빠져 들었던 일행들도 하나 둘 일어나 지긋이 일출을 감상하거나 나처럼 열심히 카메라에 담거나 하며 자기의 방식대로 일출을 즐기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막은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더니...

 



 

조금더 시간이 흐르자....

 



 

어느새 해는 형태를 감추고 주변을 순식간에 빛으로 도배하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이 모두 사라진 아침...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돌과 모래, 고만고만한 높이의 나즈막한 모래구릉들.



 

 

아스완을 떠난지 3시간여 만에 정확히 아부심벨 도착.

표를 구매하고 입구를 지나 작은 언덕을 돌아서니 나세르 호수가에 있는 아부심벨 신전이 짠~하고 나타난다.

 

 

 

 

 

 ▲ 입장권으로 남기는 인증샷 한 컷!!!

 

 

 

 

이게 바로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가 유네스코의 구조작전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이곳으로 통채로 옮겨져 재탄생된 아부심벨 신전이란 말이지!!!

사진을 통해 많이 보았던 모습이지만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 온다.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다.

이런 위대한 유산이 물 속에 잠길 뻔 했다니...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고 그렇게 되지 않았음이 너무나 고맙다.  

 

 

 

 

아부심벨 대신전 정면에서 우리들을 지긋이 마주 바라보고 있는 람세스 2의 석상들.

카르낙 신전에서도 룩소르 신전에서도 수없이 마주했던 바로 그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2세가 이 신전을 만든 이다.  

람세스 2세가 신왕국 당시의 수도였던 테베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신전을 지은 것은 정치와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당시 이집트에서는 필요로 하는 많은 물자들은 아프리카 내륙에서 생산되는 것들이어서 현재의 수단과 국경을 이루는 지역이 상당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다. 

금은 누비아 사막에서 생산되었고 석영과 석록암 등은 현재의 아부심벨 신전 인근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교역과 더불어 번성을 구가하였던 이곳에 신전을 세움으로써 람세스 2세는 국경을 확고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아부심벨 대신전을 살펴볼까!!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부심벨 대신전은 하나의 돌산을 깍아 입구를 만들고 그 속을 파서 만든 거대한 암굴 신전이다. 

안마당 - 첫째 탑문 - 큰 기둥 홀 - 작은 기둥 홀 - 성가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대신전 바닥은 안으로 갈수록 조금씩 높아지고 좁아지게 설계하여 더욱 성스럽고 더욱 엄숙한 분위기를 낼 수 있게 했다. 

 

 


아부심벨 신전의 정면엔  높이가 22m에 달하는 람세스 2세의 좌상이 양쪽으로 2개씩 배치되어 있고 

그 가운데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으며 그 위로는 정오의 태양신인 라-호르아크티가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의 형상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라-호르아크티  양 옆으로는 람세스 2세가 신전의 주인인 태양신 라-호르아크티에게 봉헌하는 장면이 새겨져 있으며

 그 위의 돌림 장식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는 비비 원숭들이 묘사되어 있다. 

 



4개의 석상 중 왼쪽에서 두 번째 석상은 상체 부분이 손상되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데 기원전 27년에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손상된 거라 하며 

이 때 바닥으로 떨어진 머리는 복원시키지 않고 석상 앞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4개의 람세스 2세 석상 중 오른쪽 2개의 석상




 

거상의 두 다리 밑에는 왕비인 네페르타리와 왕의 어머니, 왕자와 왕녀들의 석상들이 조각되어 있는데...

 

 

 

 

 

 

관례에 따라 주체인 람세스 2세에 비해 그 밖의 인물들은 아주 작게 표현되어 있다.

 

 

첫째 탑문

 

 

 

람세스 2세의 거상 아래 기조 부분에는 손이 묶인 흑인소아시아 민족의 포로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고대 이집트 국경을 위협했던 베드인, 누비아, 리비아 등 이집트 주변의 아홉 이민족을 다스리고 있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사진 한 장 속의 세계 1회 이집트-태양을 닯고 싶었던 미라)

(신전 안은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이라 몇 장의 캡쳐 사진으로 대신하며 설명을 간략히 끝내야겠다.)

신전 안으로 들어가면 입구부터 안쪽까지 오시리스 기둥 (오시리스 몸통에 람세스 2세의 얼굴을 모양을 하고 있음) 여덟 개가 나란히 서 있는 기둥 이 나오고 

기둥 홀의 벽엔 람세스 2세의 정복 전쟁 모습이 돋새김으로 새겨져 있는데 

북쪽 벽엔 카데시 전투에서 람세스 2세가 전차를 타고 혼자서 활을 쏘며 싸우고 있는 모습이, 

남쪽 벽엔 이민족들과 싸우고 있는 람세스 2세의 모습이 각각 새겨져 있다.

 

  

    

(사진 출처: 사진 한 장 속의 세계 1회 이집트-태양을 닯고 싶었던 미라)



(사진 출처: 사진 한 장 속의 세계 1회 이집트-태양을 닯고 싶었던 미라)

큰 기둥 홀 다음에 있는 작은 기둥 홀에는 여러 신을 만나고 있는 파라오의 모습이 장식된 4개의 네모 기둥이 서 있으며...

 



(사진 출처: 사진 한 장 속의 세계 1회 이집트-태양을 닯고 싶었던 미라)

신전의 안쪽 끝에는 대신전의 중심인 성소가 있다.



 

(사진 출처: 사진 한 장 속의 세계 1회 이집트-태양을 닯고 싶었던 미라)

성소에는 신격화된 람세스 2세상과 신왕국 시대의 세 국가 신인 테베의 태양신 아문(아멘-라), 헬리오폴리스 태양신 하라크티(라-호르아크티), 

멤피스의 어둠의 신 프타의 석상이 나란히 앉아 있는데 

이곳은 해마다 두 번, 람세스 2세의 탄생일인 2월 22일과 그가 즉위한 날인 10월 22일 새벽 5시 58분태양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말하는 태양의 기적이란 새벽에 입구로 들어온 태양 빛이 성소에 안치되어 있는 람세스 2세와 그 옆의 두 태양신의 신상까지는 차례로 20분씩 비치지만

  어둠의 신프타에게는 이 빛이 비치지 않아서 그렇게 불리우고 있는 것이다. 

대신전을 옮기는 과정에서 설계 착오가 있어 지금은 하루 늦게 태양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런 신기함을 넘어 신비롭기까지한 설계를 할 수 있었을지 생각할수록 대단하기만 할 뿐이다 . 

  

 

 

많은 곳을 여행했기에 당연히 놀랍고 감동스러웠던 순간들도 많이 만났지만 아무리 감동스러워도 눈물까지 흘려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이곳 아부심벨 대신전 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신비로움에 나도 모르게 훅~ 빨려 들어갔던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눈물까지 흘리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일인데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이 참 당혹스럽다.

그렇게까지 감동스러웠던 건지 아니면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였기 때문인지...

그것을 확실히 알기 위해서라도 이집트에서 딱 한군데를 다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주저없이 아부심벨 대신전을 선택하게 될 듯 싶다.

대신전을 나와 이제 소신전을 볼 차례....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인 나세르 호수



나세르 호수와 아부심벨 대신전 (사진 출처: 사진 한 장 속의 세계 1회 이집트-태양을 닯고 싶었던 미라)



나세르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아부심벨 대신전

 

 

아부심벨 소신전 (네페르타리 암굴 소신전)  




아부심벨 소신전 (네페르타리 암굴 소신전)

아부심벨 대신전에서 약 100m쯤 떨어진 곳에는 람세스 2세가 하토르 여신과 가장 사랑했던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해 만든 아부심벨 소신전이 있다. 

규모면에서는 람세스 2세의 대신전보다 당연히 작지만 아름다움은 그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신전이다. 

작고 아담한 신전의 정면 바위 언덕에는 약 9.5m높이의 람세스 2세 입상 4체와 네페르타리 입상 2체가 조각되어 있으며 

무릎 높이에는 그들의 자식들이 조각되어 있다. 

 

 

 

 

람세스 2세와 네페르타리, 그리고 그의 자식들 조각상

 

 

 

높이가 9.5m에 달하는 거상은 왼발을 앞으로 내민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는 인물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며 

네페르타리는 머리에 태양을 상징하는 원반과 두 개의 긴 깃과 뿔이 달린 관을 쓴 하토르 여신의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람세스 2세 석상과 거의 맞먹는 크기로 조각된 네페르타리의 이 거대한 조각상은 

람세스 2왕비는 왕의 무릎 아래의 높이로 표현해야 한다는 고대 이집트의 관례를 깨고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람세스 2세가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라오였다면 네페르타리 왕비는 가장 아름답고 지혜로운 왕비였다고 전해진다.  

 

  

 

아부심벨 대신전과 네페르타리 소신전 


소신전도 대신전과 마찬가지로 신전 내부 촬영 금지라 사진이 없어 자세한 설명은 좀 힘들 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략히 설명해 보자면 

신전 내부가 전체적으로 매우 단순하게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것과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기둥홀의 하토르 기둥들이 매우 인상적이라는 것이다. 

이 여섯 개의 기둥들은 정사각형 기둥에 하토르 여신의 얼굴을 조각한 기둥들로

  하토르 여신의 얼굴이 팬시 용품에나 그려져 있을 법한 만화스러운 느낌에 현대적이고 개성만점의 캐릭터 모습이라 처음엔 놀라웠고 보면 볼수록 재미가 있었다. 

신전 안의 입구 벽면에는 람세스 2세가 적을 죽이는 모습을 네페르타리가 지켜보는 모습을 새긴 부조가 있고 

측면 벽에는 네페르타리람세스 2세와 동등한 위치에서 하토르보다 먼저 종교적인 의식에 참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집트 역사상 왕비에게 신전을 지어 바치고 그 신전의 정면을 파라오와 같은 크기의 왕비상으로 장식한 것은 람세스 2세 뿐이었다니 그

렇게 존중 받고 사랑 받은 네페르타리는 얼마나 행복한 여인이었을까 시공간을 초월해 같은 여자로서 네페르타리가 마냥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네페르타리 소신전에서 바라본 나세르 호수 



신전의 뒷편 



아부심벨 신전 입구의 주차장


새벽부터 달려온 아스완에서 아부심벨까지의 길을 이제는 아부심벨에서 아스완까지 다시 한 번 더 달려야 한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콘보이의 호위를 받아야 해서 또다시 주차장에서 떠나길 기다리는 중....



 

아부심벨 신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을 


출발이다. 룩소르에선 대부분의 집들이 흙빛 그대로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은 더운 날씨 탓인지 흰색의 집들이 많은 듯...



 

 

비행기가 낮게 날고 있는걸 보니...여기가 아부심벨 공항???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막...

지루할 법도 하건만 사막의 모습이 다채로워서인지 지루함도 잊고 사막 풍경에서 시선을 뗄 줄 모른다.



 

 

그 유명한 '짜장면 시키신 분~'이란 CF가  떠오르는 장면 포착.

오토바이 뒤에 싣고 가는 저것의 정체는 뭘까??? ㅋㅋ



 

 

말로만 듣던 신기루를 보았다.

 



 

처음엔 나세르 호수인가 했었는데 정말 신기루다. 세상에...

하루 이틀만 물을 못먹었어도 뛰어내려 달려갔을 것 같은 사실적인 모습.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가 따로 없다.

 

 

 

다음 이야기는 아스완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