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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면산의 대표 사찰 '운봉사 (雲蜂寺)'

ⓡanee(라니) 2012. 10. 22. 11:15

 

2012년 7월 23일 (월)

 

 

 

 

면산의 대표 사찰 '운봉사 (雲蜂寺)'

 

 

 

 

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운봉사를 둘러 보기 위해 호텔의 10층 테라스로 나섭니다. 

뛰어난 체력을 가진 분들이야 저 계단을 오르는게 제 맛이라 할지 모르지만

저질 체력을 가진 저로선 저 계단을 오르지 않고 운봉사에 갈 수 있단 사실이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운봉사로 오르는 방법이 지그재그로 연결되어 있는 오르막 길을 오른 후

또 다시 저 계단을 걸어 오르는 방법 밖에 없었다면 아마도 저는 한번이나 겨우 다녀왔을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고맙게도 호텔과 연결된 길을 통해 이렇게 너무나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저질 체력을 가진 저임에도 시간이 될 때마다 수차례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운무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아침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었고 조명으로 빛나는 야경도 감상할 수 있었지요.  

 

   

 

  

 

저는 저 가파른 운봉사 계단을 걸어오르는 수고를 하지 않았지만

운봉사를 걸어 오르는 사람은 저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저 계단의 갯수가 무려 120나 된다고 합니다. 

120개의 계단 중 108개는 불교에서 말하는 108 번뇌를 뜻하는 것으로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그 번뇌가 하나씩 줄어들어 108개 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모든 번뇌가 다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며 

나머지 12개의 계단은 1년의 12을 대표하는 것이라 합니다.

120 계단 앞에는 두 마리의 석각 맹수가 있는데 부처와 보살의 탑승물이라고 하네요.

 

 

운봉사의 120계단을 오르면 운봉사 입구 양쪽으로 범고각(左)과 범종각(右)이 자리하고 있는게 보입니다.  

 

 [운봉사의 범고각과 범종각]

 

 

 

 

계단을 더 올라 운봉사 입구를 통과하면 공왕불전과 마주하게 되는데 주전인 공왕보전(空王寶殿) 앞에는

참배객들이 향을 피울 수 있도록 대형 향로가 자리하고 있고 공왕보전(空王寶殿) 앞 뜰 위에는 동종이 열을 지어 달려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운봉사가 어떻게 해서 지어졌는지를 살펴 볼까요.

때는 당태종 14년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태종(이세민) 14년, 나라에 큰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온통 고통을 받고 있을 때라 합니다.

당태종이 다스리는 지역 모두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오로지 이곳 면산에만 가뭄이 들지 않았었다고 하네요.

당시 사람들은 그 이유가 은혜로운 고승인 지초스님이 면산에 은거하고 있기 때문이라 했답니다. 

그래서 당태종은 면산의 지초스님에게 비를 내려 줄 것을 간청했고

지초스님이 제자 마사를 시켜 국자로 쌀뜨물을 떠서 장안쪽에다 내뿌리게 하자 장안일대에 단비가 고루 내려 가뭄이 해결했다 해요.

그 후 지초스님은 죽음을 맞이하여 원적에 들었고 지초스님을 만나러 면산에 온 당태종은 스님의 제자들에게서 지초스님의 원적 소식을 듣게 됩니다. 

지초스님의 원적 소식을 들은 당태종은 탄식을 하며 "이번 행차가 공염불(空念佛)이다"라고 했는데

이때 공왕고불(空王古佛)이라는 네 글자와 지초스님의 환상이 하늘에 나타났다고 하네요.

이를 본 당태종은 지초스님을 공왕불(空王佛)에 봉하고 조서를 내려 운봉사를 짓게 했다고 합니다. 

 

 

[공왕불을 모신 공왕보전과 대형향로, 동종과 등] 

 

 

 

 

[공왕불(성불한 지초스님의 몸체에 진흙을 발라 만든 등신불)이 모셔져 있는 공왕보전과

공왕보전 좌우의 약사전, 미륵전, 관음보살전, 미타불전, 개화사 등]

 

 

 

 

운봉사는 100여개나 되는 면산의 크고 작은 천연 암동 중 제일 큰 천연 암동인 포복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포복암은 윗 부분이 튀어나오고 아랫 부분이 오목한데다 중간이 텅 비어있어 마치 두 손으로 배를 끌어안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포복암의 중심에 자리한 운봉사]

 [동굴 안에서 바라본 면산과 운봉사]

 

 

 

 

 

이번엔 이 절의 이름이 왜 운봉사인지 알아볼까요. 이 절은 원래 운봉사가 아닌 포복사(抱腹寺)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포복암에 자리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겠지요.

그런데 면산 협곡에 자주 발생하는 운무가 사라지면서 포복암과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절벽 위의 봉우리가 만들어내는 경치가 어찌나 일품인지

 그 신비로운 모습 때문에 운봉사(雲峰寺)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운무가 사라지는 타이밍을 포착한 사진은 아니지만 운무에 휩싸인 운봉사와 주변 경관이 만들어내는 풍광이 참으로 멋지지 않나요?   

 

 [운무에 싸인 운봉사]

 

 

 

  

 

 

 

사찰 내에는 당, 송, 원, 명 시대의 조각 및 불상들이 많은데 전각 중에는 개자추를 신으로 모신 사당도 있습니다.

비로전 복판에 공양한 것은 비로차나불의 응신인 석가모니 및 그의 10대 걸출한 제자들이라 합니다.

그들은 마가가엽ㆍ아난ㆍ목건련ㆍ사리불ㆍ수보제ㆍ가전연ㆍ우파리ㆍ나후라ㆍ부루나ㆍ아나율 등으로

그 중 목건련의 신통력이 제일 뛰어났다고 하는군요. 

 

  

 

 

 

 

음력 3월 17일(지초스님이 득도한 날), 당 태종은 지초스님이  백성들을 곤경에서 구제해 준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문무대신 호종을 보내어 면산의 포복암 아래에서 당지의 백성들을 청해다 노끈으로 구리방울을 절벽꼭대기에 달아매 놓게 하였는데

이로부터 포복암에 방울을 달아매는 습속이 대대로 전해져왔다고 합니다.

요즘도 돈이 있는 사람들은 사람을 사서 종을 매달게 하는데

이 종은 소원을 빌 때 매다는 종이 아니고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매다는 종이라네요.

 

 

 

[절벽에 매단 종과 붉은 소원지]

 

[허리가 꼿꼿하기를 염원하며 절벽에 세워 놓은 이쑤시개들] 

 

 

  

 

 

포복암을 지나 앞으로 더 나아가다 보면 쇠밧줄 두 가닥이 절벽을 타고 드리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천길 낭떠러지를 등지고 높은 산봉우리를올려다 보며 손으로 쇠밧줄을 부여잡고 경사진 비탈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

면산의 꼭대기에 이르게 된다고 하는데,

계단으로도 오를 수 있고 더 쉽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도 오를 수 있는 곳을 

굳이 이 쇠밧줄을 이용하여 절벽을 오르는 사람이 요즘도 있을까 싶기는 하네요. 

이 쇠밧줄은 원나라때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인들이 걸어놓은 수많은 자물쇠들이 매달려 있는 모습입니다.  

 

 

[면산 꼭대기로 오를 수 있는 쇠밧줄]

  

 

[연인들이 매달아 놓은 자물쇠들] 

 

 

 

 [운봉서원]

 

 

 

쇠밧줄 말고 면산 꼭대기로 오를 수 있는 두번째 방법이 나타났네요.

멀리서 보면 다리가 후들거릴 것처럼 아찔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슬아슬한 느낌이 없습니다.

계단 끝까지 올라 오른쪽 방향으로 걸으면 정과사가 나오는데

날도 저물어 가고 있고 다리도 무지하게 아픈 저로서는 도저히 걸어오를 마음이 내키지 않아 조금만 올라 보고 되돌아 내려왔어요.

정과사가 다음 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면 시도해 보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내일 일정에 정과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저는 무리하지 않고 쉽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오르려 합니다. 

일행 중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녁 때도 오르고 다음날 새벽에도 다녀왔다고 하시더군요. 대단들 하세요 정말. 

  

 

 

   

 

 

 

 

 

다시 호텔(운봉서원)로 되돌아 가는 길입니다.

잠시 쉬어 간다고 누각의 벤치에 함께 했던 일행과 앉았는데 얘기 꽃을 피우다 보니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말았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야경에 환호성을 지르며 이번엔 사진찍기 삼매경에 빠져 봅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매직아워일까요.

사진 속에 하늘이 정말 예쁜 색으로 담깁니다.

 

 

 

 

운봉서원의 객실에도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어요.

 

 

 

 

기념 사진 하나 남기구요...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가 앉아 있던 누각을 바라보니 

우리가 앚아 있던 누각도 예쁜 조명으로 치장을 한게 보입니다.

 

 

 

 

 

오 마이 갓~

그런데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요.

야경에 취해 있다보니 중간에 있던 문이 잠긴 걸 몰랐던 겁니다.

바로 요 문이죠.

꼼짝없이 산 속에 갇힌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더랍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가이드도 전활 안받고

혼자였더라면 정말 그 두려움을 어찌했을지...

혼자가 아니었기에 우리는 두려움보다는 어처구니 없어하며

무작정 Help me!를 외쳐댔습니다.

얼마만엔가 두사람이 지나가는게 보여서 마지막 희망을 붙잡는 심정으로

Help me!를 더욱 크게 외쳐댔지만 

그들은 우리를 힐끗 보더니 다가오지 않고 그냥 사라져 버리는 거였어요.

마지막 희망까지 놓치고 절망스러워진 우리는 더이상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들을 원망하고 있는데

문쪽이 아닌 우리가 앉아 있던 누각 쪽에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를 모른척하고 사라져 버렸다고 원망의 화살을 쏘아대던 그 사람들이었어요. 

알고보니 그 쪽으로 샛길이 있었던 거지요.

그것도 모르고 조난 당한 사람들처럼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대로 원망을 해대고 있었으니...

정말 미안하고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답니다.

      

 

 

 

우리의 어처구니 없는 헤프닝은 이렇게 끝나고 제 정신으로 돌아온 우리는 다시 운봉사의 야경을 감상합니다.

전체를 물들인 초록빛 조명이 신비스럽고 지붕을 장식한 화려한 조명도 멋스럽게 느껴집니다. 

다른 일행들은 피곤에 지쳐 떨어졌는지 야경을 감상하고 있는 이는 우리 둘 밖에 없는 듯 하네요.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었는데 말이죠.

우리는 그렇게 밤이 깊어가도록 얘기도 나누고 야경도 감상하며 멋진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