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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천마산 팔현계곡의 처녀치마, 그리고 야생화들

ⓡanee(라니) 2020. 4. 7. 23:31

집콕하며 지내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하루 종일이 아닌 2~3시간 정도만 산과 계곡에서 꽃들과 데이트하며 숨통을 트고 있는 요즘,

천마산 팔현계곡에서 처녀치마의 개화 소식이 들려와 다녀왔답니다.

(2020-03-28)

 

 

산에선 타인과의 2m 거리두기를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저절로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마스크 무장도 잊지 않고 팔현계곡으로 출발~ 

30여분을 달려가 다래산장 근처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가 아닌 계곡으로 들어서 봅니다

길고 긴 동면 상태에 있다가도 때가 되면 알아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연둣빛을 부지런히 채워나가고 있는 자연의 모습은 매년 반복해 보는 모습인데도 언제나 경이롭게 느껴지네요.

   

 

천마산 산자락은 햇살의 총애를 덜받았는지 아직도 썰렁한 모습~  

다녀오고 일주일이 더 지났으니 지금은 이쪽도 연둣빛 점이 듬성듬성 찍히고 있는 중이려나요??

 

 

슬슬 들꽃 촬영에 시동을 걸어봅니다.

 

 

스타트는 숲속의 나팔수 점현호색부터.

요즘 산에 가면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이라 눈길도 잘 주지 않고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배경이 되는 나무의 곡선이 맘에 들어 담아봤답니다.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창백한 피부의 큰괭이밥도 안담아주면 서운해 하겠죠?? ㅎㅎ

 

 

아늑한 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꿩의바람꽃이랑,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하늘하늘 요염한 춤을 춰대는 만주바람꽃도 담아봅니다.

 

 

라니는 요렇게,

 

 

짝꿍은 이렇게.

 

 

중간 중간 동행해 준 딸 아이의 사진도 남겨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노래의 노랫말처럼 정말 그러한 듯도.ㅋㅋ

 

 

딸 아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꽃으로 시선을 옮겨봅니다.

계곡의 바위에서 피어난 애기괭이눈!!

이 사진은 계곡물로 보케를 만들어보고 싶어 찍은 사진이예요. 

이건 라니가 찍은 보케 사진이고,

 

 

그리고 이건 짝꿍이 만든 보케 사진이고.

라니도 바닥에 좀 더 붙어 찍을 걸 그랬나 봅니다.ㅠㅠ

 

 

"얼른 이리 와 봐. 어서 어서..."

짝꿍의 다급하고 상기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소리를 따라 다가가 보니 라니가 찍어보고 싶어했던 올괴불나무가 짠~ 

 

 

때가 약간 지난 듯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짝꿍 덕분에 찍어보네요.

여기 있는 걸 알았으니 내년엔 좀 더 일찍와서 빨간 머리의 성냥개비가 달려있는 듯한 모습을 꼭 찍어봐야겠어요.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오른쪽 언덕에서 얼레지들 출현~

화야산이나 세정사계곡의 얼레지만큼 이쁜 배경의 얼레지는 발견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한 컷 정도는 남겨야 할 것 같아 그나마 바위 앞에 피어 있고 햇살도 받고 있는 녀석을 골라 찍어봤네요.  

 

 

좀 더 괜찮은 얼레지를 찾으려고 계곡에서 오른쪽 언덕으로 한걸음 한걸음 더 올라가다 만난 꿩의바람꽃과, 

 

 

앉은부채랍니다.

잎만 있는 앉은부채는 무수히 봤지만 꽃이 핀 건 올 들어 처음 보는 거라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담아왔어요.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 싶어 내친 김에 더 올라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 해 떨어지기 전에 처녀치마를 만나봐야했기에

언덕(호평동 쪽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는...)에서 내려와 처녀치마 군락지로 계곡을 따라 직진~

드디어 웅성 웅성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고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는 처녀치마 군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인데 작년보다 개체수도 더 많아 보이는 것 같고 상태도 좋아보이는 것 같고.

'오 !! 예~~~~'

 

코로나19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지만

한순간의 방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기에 한산해지기를 기다리며 주변에 있던 금괭이눈을 담아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갑자기 셔터가 눌러지지 않지 뭐예요.

당황하며 카메라를 살펴보니 배터리 그림에 눈금이 하나도 없고 연신 깜빡거리고만 있던란 거죠.

분명 full로 충전해 왔는데 방전이 된 것인지...ㅠㅠ

 

 

오늘의 목표물 앞에서 이게 뭔일이란 말인가요.

좌절감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혹시나 먼지로 인한 접촉 불량인가 싶어

카메라에서 분리해 낸 배터리를 옷자락에 문지른 후 다시 끼워 보기를 몇 번.... 

그러다 이렇게 한 컷이 찍히긴 했지만 이 한 컷 이후론 더이상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답니다.  

 

 

그저 지켜만 볼 뿐...ㅠㅠ

(이 사진은 휴대폰으로 찰칵~)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짝꿍의 카메라에 담겨진 이 녀석들이 있으니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야겠죠??

 

 

제대로 찍진 못했지만 어쨋거나 처녀치마까지 보고 되돌아가는 길~

 

 

배터리 방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찍을 수 있었던 한 컷이랍니다.

어떻게?

짝꿍 덕에요.

거목 밑둥 작은 구멍에 둥지를 튼 앙증이 제비꽃을 발견하고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는 걸 본 짝꿍이 지나가는 진사님께 부탁해 배터리를 빌릴 수 있었거든요.

 

세상을 다 구할 수 없을진 몰라도 라니에게 생긴 일만큼은 해결해 줄 수 있는,

짝꿍은 분명 라니의 슈퍼맨인 것 같아요. ㅎㅎ

 

배터리를 빌려주신 진사님들도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