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기저기/┣ 충남,대전

[천안] 은석산/고즈넉한 산사(은석사)를 품고 있는 산/어사 박문수 테마길을 따라서

ⓡanee(라니) 2016. 3. 7. 14:11


산 행 지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북면·병천면, 은석산 (455m)

산행일자 : 2016. 03. 05.(토)

산행경로 : 고령박씨 종중재실→ 은석사 → 박문수묘 → 은석산 정상  → 은석산 팔각정  고령박씨 종중재실



지난 주말엔 블친이신 도솔산님이 거주하시는 천안으로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천안의 산을 찾은 것은 2014년 3월 1일 태조산 산행 이후 두번째로 이번에 찾은 산은 도솔산님도 자주 오르셨던 은석산이랍니다.

고즈넉한 산사를 품고 있어 홀로 산행하기에도 좋고, 잘 정비된 <박문수 테마길>을 따라 가볍게 다녀올 수 있어 가족산행지로도 좋은 은석산으로 라니와 함께 지금부터 출발해 보세요.




은석산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고령박씨 종중재실에 도착했습니다.

네비양에게 고령박씨 종중재실로 데려다 달라 부탁하니 어쩐 일로 이리 친절하게 주차장까지 데려다 주는지.

툭하면 그런 곳 없다고 시치미 떼기 일쑤더니 말입니다.




안내판에 쓰여 있는 어사 박문수에 대한 설명!!

'박문수'란 이름 앞에 항상 '어사'란 말이 세트처럼 붙어 다니는 까닭에 

박문수란 사람은 평생을 어사로서 살았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요 

설명을 읽어보니 박문수가 어사로서 활동한 건 단 6개월 뿐이었다는군요.

그만큼 박문수가 백성에 편에 서서 어사로서의 활동을 잘했단 뜻이겠지요.




이번엔 은석산 등산 안내도를 살펴봅니다.

계곡물소리길, 능선바람소리길....길 이름을 참 곱게도 지었네요.

길의 특징도 잘 살려서 말이예요.

어느 쪽으로 오르던 상관이 없겠지만 우리는 계곡물소리길로 올라 능선바람소리길로 하산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했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하산보다는 오르는게 아무래도 더 힘든데 계곡을 구경하며 걸으니 더 힘들지 않았고 계곡물소리길이 능선바람소리길보다 좀 더 완만한 것 같았거든요.     




우리가 오를 은석산을 바라보며 출발합니다.

그런데 아이쿠야!! 출발하자마자 비가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하네요.

그래도 다행인건 부슬부슬 오다말다  오다말다를 반복해서 산행에 크나큰 영향을 주진 않았단 거예요.



 

갈림길에서 능선바람소리길이 아닌 계곡물소리길로 방향을 잡습니다.




은석사라고 쓰여 있는 팻말이 있는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계곡물소리길로 갈 수 있는거죠.    





어느 정도 진행하다 보니 길옆으로 이제는 폐가가 된 황토 흙집이 무너질 듯 쓸쓸히 서있는 것이 보이네요.

누군가가 살았을 땐 따스한 온기가 넘쳤을 집이었을텐데. 




폐가를 지나 낙엽이 폭신히 쌓인 오솔길을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 봅니다.

이런 길은 정말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듯 해요.




육산이긴 하지만 바위산 좋아하는 라니가 심심하지 않도록 이렇게나마 가끔씩 돌계단도 밟을 수 있고...

예상 외로 라니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준 길이었어요.ㅎㅎ 





작은 다리를 건너며 계곡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겨울이라 물은 많지 않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촉촉히 젖은 모습이 운치있어 보여 좋네요.




다리를 건너 조금 더 진행하다보니 앞쪽으로 자그마한 쉼터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이미 다른 분들 차지라 이곳에서 쉬어보진 못했지만 이런 친절이 맘에 들었답니다.

아마도 작년 여름에 등산로를 정비하며 여기 저기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예요.

박문수테마길답게 박문수에 대한 이야기도 있구요.

읽어보니 한석봉의 일화를 봐도 그렇고 박문수의 일화를 봐도 그렇고 훌륭한 인물에겐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던 듯 싶습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사진거리를 찾아 좌우를 살피는 라니!!




계곡으로 내려가 이런 모습도 한번 담고...



 

구렁이 머리 같은 바위랑....




버섯도 담고...

라니의 사정권 안에 들어 온 것들을 모두 담아봅니다.

자연을 들여다보면 참 신기하고 재미난 것들 투성이이예요.




계곡을 따라 올라갈수록 큰 바위들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띄어 덩달아 행복해지는 라니!! 




산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돌탑이지만 은석산에는 특히나 더 돌탑이 많은 듯 합니다.

누군가의 소망이 담겨있을 돌탑들이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네요.




이 돌탑도 참 기막히게 맞춰져 있지요.^^




정상까지 2.7km였는데 이정표를 보니 이제 1.4km남았습니다.

반 정도 진행된 셈이로군요.

짝꿍이 그리도 보고 싶어하는 은석사까지는 800m 남았구요.


 

 

 

은석사를 볼 생각에 흥이 절로 나는지 우산을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짝꿍입니다.

"그럼 비 맞는다구욧!!"




박문수 이야기 2화 등장!!

박문수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일화로군요.

박문수는 이렇게 임금에게도 직언을 서슴치 않아서 조정대신들은 그를 직간공(直諫公)이라 부르기도 했다 합니다.








산행을 하는 동안 시산제 산행에 참석한 고양시의 한 산악회원들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120명이 이번 산행에 참석했다더라구요.

올 한해도 안전산행 하시길...^^





초록이 이뻐서 찰칵!!





아~ 드디어 울 짝꿍이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은석사가 코 앞이네요.

짝꿍은 지금 얼마나 신이 날까요!!ㅎㅎ




얼마나 신이 났는지 어느새 저만치 앞서가 버렸답니다.

운동화에 모터라도 단 것처럼 말이죠.ㅋㅋ 




550년 되었다는 팽나무와 은석사 보광전




 

은석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사찰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이는 은석사와 동일한 사찰로 추정되고 있다네요. 


 


현재의 절은 1530년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 하구요.

 




은석사는 의외로 단촐해서 본전인 보광전삼성각, 요사채로 이루어져 있고 외관은 여느 절과 다름이 없답니다.





본전인 보광전엔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79호인 목조여래좌상과 충청남도 문화재 자료 제392호인 아미타극락도, 이렇게 두 점의 문화재가 모셔져 있어요.   

 

 


조선 후기의 목조 불상인 목조여래좌상, 목조여래좌상 뒷편에 걸린 후불탱화인 아미타극락도





보호수는 아니지만...!!





은석사 앞마당에도 어사 박문수 이야기가 있어 읽어 봅니다.ㅎㅎ 




글을 읽고 박문수가 큰 그릇은 큰 그릇이었던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은석사를 떠나기 전 삼성각도 올라가 봅니다.  





삼성각에서 바라본 보광전팽나무의 어우러짐!!

팽나무에 잎이 무성해지고 단풍이 들면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겠지요. 




은석사를 떠나 박문수 묘로 향합니다. 




앞서가던 짝꿍이 뒤돌아보는 순간 재롱을 발사하는 라니!!

덩실덩실 춤에 대한 화답이랍니다.




은석사에서 400m를 진행해 박문수 묘소에 도착하였습니다.





묘 앞에는 무신석 2개와 상석이 있고 순조 때 세워진 묘비가 있습니다. 

원래는 흑성산에 박문수의 묘를 쓰려 했으나 훗날 나라에서 사용하게 될거라는 말에 이곳 은석산에 묘를 썼다고 하네요. 

(흑성산에 독립기념관이 들어섰으니 틀린 말이 아니었나 봅니다.) 





박문수 묘를 떠나 다시 정상으로 향합니다.

저 계단만 오르면 정상인줄 알고 신나게 올랐는데...




올라야 할곳이 한 번 더 남았네요.

미리 좋아라한게 우스워서 짝꿍과 키득거리며 나머지 능선도 가뿐히 올라봅니다. 




드디어 은석산 정상!!

해발 455m입니다.

가족과 오르기에도 참 좋은 높이죠.




높이는 참 좋은데 정상의 조망은 좀 실망입니다.

사방이 답답하게 막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이 안되는 조망이라 조망 사진은 포기하고 우리들의 인증샷만 남겨 봅니다. 




라니의 단독샷과 함께!!

작정하고 포즈를 잡은 건 아닌데 찍히고 보니 좀 괜찮네요.

"짝꿍~ 땡큐예요."




안내판을 보니 천안에도 참 많은 산이 있었네요.

앞으로도 몇번은 더 천안으로 발걸음해야 하려나 봅니다. 

진천의 만뢰산도 보인다니...

보탑사에 다녀왔단 이유로 반가운 맘이 앞서네요.ㅎㅎ




점심은 정상이 아닌 팔각정에서 먹기로 하고 정상에서 내려와...




능선바람소리길로 방향을 잡습니다.

그런데 이때 바람소리가 사람의 노래소리처럼 들려 얼마 흠칫 놀랐던지...ㅜㅜ

멜로디도 있고 흥얼거리는 소리 같기도 해서 귀신이 옆에 있나 하고 소름이 쫘악 끼쳤었네요.

능선바람소리길이란 이름이 혹시 이런 이유로 정해진 거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정상에서 150m, 팔각정까진 600m 남았군요.




불과 4일 전에 펑펑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혀있던 사진을 보았는데 그 눈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보이질 않네요.

요며칠 날씨가 아무리 푹~했다 해도 이렇게 깜쪽 같을 수가...!!





가마니(?)를 깔아 놓아 더더욱 폭신한 길!!

발이 정말 편했답니다.

팔각정까지 이제 300m 남았네요.




드디어 팔각정이로군요.




울 짝꿍..이제 셰프로 변신할 시간이네요.

식탁보(신문)부터 깔고...




이렇게 뚝딱 한상을 차려냅니다.

적당히 익은 깍뚜기와 구수한 청국장이 밥을 부르는군요.





식사를 마치고 기념샷도 잊지 않고 남겨봅니다.




조망은 정상보다 이곳이 훨씬 좋은 듯!!

이곳이 정상이면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해 봅니다.

오르내리기 편하게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쪽 능선바람소리길은 어쨋거나 계단도 많고 급경사도 있어 하산길로 코스를 잡는게 더 이상적인 듯 싶습니다. 




경사가 있어 그런지 계곡물소리길보단 산행거리가 좀 짧은 것 같네요. 

 




바위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기웃거리는 우리들!!

바위 작명가인 울 짝꿍...뭐라고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데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나 봅니다.

한참을 기웃대다 그냥 지나치는걸 보니.




다시 나무 계단길!!




그리고 급경사길!!

아주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이 아래쪽은 은석산에서 가장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구간인 듯 싶었답니다.





임도가 살짝 살짝 보이는 걸 보니 이제 거의 다 내려온 모양이네요.


 



올 때보다 좀 더 가까운 지름길을 택해 고령박씨 종중재실로 향합니다. 





하산완료!!




고령박씨 종중재실도 둘러보고 싶었으나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것 같아서 들어가보지는 못하고 외관만 담고 이곳을 떠나는 우리들!!  



 

 

당연히 집으로 직행인 줄 알았는데 짝꿍이 기가 막힌 맛집이 있다며 오창으로 차를 몰아 콩나물국밥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밥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밥이냐 했더니 다음 블로거이시며 산매니아이신 네비님이 운영하는 맛집이라 꼭 먹고가야 한답니다. 

배가 불러서 짝꿍이 도와주긴 했지만 배가 부른데도 맛있게 느껴지는 걸 보니 진짜 맛집이 맞긴 맞는 것 같습니다.

다음엔 한번 만나뵙고 싶기도 하네요. 

저녁까지 잘 먹고 출발하니 그제사 비가 무섭게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하늘이 도왔던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