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스,포,모/┣ 포르투갈(完)

유라시아 대륙의 끝 로카곶(Cabo da Roca)

ⓡanee(라니) 2008. 4. 1. 18:57
 

2006.12.31

 

 

르투갈에서 두번째 아침을 맞았다.

첫날밤처럼 완전히 밤을 지새진 않았지만 지난밤 또한 토막잠 밖에 못잔 탓에 머리가 조금 무겁다.

하지만 호텔을 나서 상쾌한 아침 공기를 폐 속 깊숙히 들이 마시고 나니 지난밤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듯, 오늘의 일정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왼쪽으로 대서양을 보며 한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대륙의 서쪽 끝이라는 로카곶(Cabo da Roca).

리스본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해안으로 북위 38도 47분, 서경 9도 30분에 위치한 곳이다.

안개 때문에 낭패를 맛 보았던 페나성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며 이 곳으로 오는동안 내내 주위를 둘러 싼 자욱한 안개에 신경이 쓰였었는데 막상 로카곶에 도착해 보니 신기한 마술처럼 안개가 걷히고 주변의 모든 것이 선명한 본연의 모습으로 나의 시야에 잡힌다.  

 

탁트인 바다,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흐트러 놓는 바람,

오염되지 않은 청량한 공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푸릇푸릇한 들판....

 

우리나라 CF중 이 곳을 배경으로  찍은 CF가 있다더니, 

흠~ 나도 이 곳에서 CF 한편 찍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바램이 생긴다.ㅋㅋ 

 

 

 

 

 

 

기념비

포르투갈의 민족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는 이 곳을 표현함에 있어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라 했다 한다.

참 단순한 말 같으면서도 가슴에 남는 말이다.

(끝은 단순히 끝만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것...

살다보면 절망 앞에서 끝이란 말을 떠올리게 될 때가 있는 데

이런 순간이 왔을 때 이 곳을 떠올려 보면 조금이나마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여기 땅이 끝나는 곳에 바다가 시작된다"

 

 

 

 

 

 

 

 

대륙의 끝에서 대서양을 항해하는 배들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등대

 

 

 

 

 

 

 

드넓은 대서양과 조화를 이뤄 시시각각으로 다양하게 멋진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풍성한 구름 

 

 

 

 

 

 

 

등대 옆에 있는 사무실에서는 이 곳을 방문한 기념으로 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5유로짜리와 10유로짜리가 있다.

 

 

 

 

 

 

 

 등대를 배경삼아...  

 


 

 

 

 

 

  

 

CF도 찍었다. TV에도 나오지 않을 나만의 CF를.... (글쎄...무슨 광고라고 하면 어울릴려나.)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룸메이트쌤과도 사진을 찍었지. 그러고 보니 누구랑 같이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대서양을 배경으로 또 한 컷.

다른 곳은 주로 풍경 사진 위주인데 이 곳에선 유난히 나의 사진이 많다.

왜일까...

이 곳에 다녀왔다는 증명을 너무나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분으로 나를 꼭 끼워 넣고 싶었던 것일까.

 

 

 

 

 

 

 

 

 

푸른 들판의 풀과 꽃.

이 곳은 여름이 건기라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여름에 오면 오히려 푸른 들판이 아니라 누런 들판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겨울에 오길 잘 했다.